그동안 기업은 총손해액을 산정해 파업 근로자 전체나 노조를 상대로 손배 소송을 해왔다. 개인별 책임을 따져 소송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이제는 회사가 수많은 조합원들의 불법행위 가담 정도를 일일이 개별적으로 파악해 입증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기업의 부담은 가중되고 배상 범위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대법원이 기업의 손배 청구를 어렵게 만든 것으로 노조 편을 든 것이다. 이번 판례는 ‘공동 불법행위에 대해선 참가자들이 연대 책임을 진다’는 민법의 대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추진한 것도 이 민법의 대원칙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었다. 노란봉투법은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는 일방적인 법이다. 그래서 ‘파업 조장법’으로 불린다. 기업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워낙 심각해 문재인 정부도 이를 국정과제로 선정해 놓고도 실행하지 못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집권당일 때는 추진하지 않던 법을 야당이 되자 밀어붙이고 있다. 노조 표를 얻고 현 정권엔 정치적 부담을 지우겠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기업계는 이 법안을 반대하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대법원이 판례로 사실상 이 법안을 뒷받침하는 입법의 효과를 냈다. 대법원이 정치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사건 주심 재판관은 노정희 대법관이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대법원은 현재 대법관 14명 중 우리법·인권법·민변 출신 등 이른바 진보 성향 대법관이 7명이다. 특정 성향 출신이 사법부를 장악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인적 구성이 이번 판결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권법 출신인 오경미 대법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된 최강욱 민주당 의원 사건을 1년 넘게 끌다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대법원을 하루빨리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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