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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식자재 교체부터 공과금 절약까지’ 고물가 속 자영업자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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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절약 위해 자영업자용 밀키트, 키오스크 활용

저렴한 판매처, 할인 정보 공유하고 메뉴 변경까지

공과금 절약 위해 기계 꺼두고 직접 배달하는 자영업자

세계일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식자재왕 도매마트’ 민락점. 푸디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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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물가상승이 국내 가계에도 영향을 주면서 자영업자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식당 자영업자들을 울상 짓게 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지난해 말의 가스비, 전기세 인상이 영향을 준 것은 물론, 공과금 인상의 여파로 식자재 재배 농가 및 식품 제조업에 영향을 주면서 식자재 가격 역시 비싸졌다.

외식 대신 도시락, 급식 등으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식당을 찾는 손님이 줄어든 것도 문제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손님이 줄었다는 호소글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다수의 식당들이 홀과 배달 영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엔데믹의 영향 및 배달비 인상 등의 요인으로 배달 이용자 수도 줄어들면서 개별 식당에 들어오는 배달콜수도 줄어들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3사의 5월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945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3209만 명) 대비 8.2%나 줄었다.

각종 비용이 인상되면서 일부에서는 이 비용을 음식값에 반영하기도 하지만, 가격 인상의 반작용으로 손님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깊다. 자영업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식자재, 푸드테크의 힘 빌려 인건비 절약

인건비가 부담되는 상황과 인력 구하기가 힘들어진 상황이 맞물리면서 스마트하게 절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다. 식자재를 변경해 인력비를 아끼는 대신 편의성을 챙기기도 한다. 식자재 업체를 통해 깐양파, 깐양배추 등 손질 채소를 구입하는 경우, 손질되지 않은 채소보다는 값이 조금 더 나가지만 인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식자재 하나로 인력을 줄일 수 있는 식품도 출시되고 있다. 푸디스트의 식자재 전문 브랜드 ‘식자재왕 온(on:溫)’은 자영업자를 위한 대용량 밀키트를 판매 중이다. 국물 요리는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장시간 끓여낼 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대형 가마솥에서 전통 직화 방식으로 끓인 육수와 고기, 야채 등이 밀키트 방식으로 별도 포장돼 있어 식당에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키오스크도 확산되고 있다.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1인 인력의 80% 정도의 몫은 한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평가다.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탠드형 외에도 테이블에서 주문 및 직원 호출을 할 수 있는 테이블형도 인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 및 민간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는 키오스크는 2019년 18만 9951대, 2022년 45만 4741대로 3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저렴한 식자재를 찾아서

식자재 가격이 연일 오르면서 식자재 비용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지난달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식자재비가 비용의 40%를 넘어섰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가장 우선되는 해결 방법은 저렴한 식자재 구매처 찾기다. 커뮤니티를 활용해 저렴한 판매처를 공유하는가 하면, 식자재마트나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의 세일 일정을 체크해 두고 한꺼번에 구매하기도 한다.

푸디스트가 ‘식자재왕 도매마트’의 온라인몰인 ‘e왕마트’의 올해 1분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11월 중순부터 주말 쿠폰을 발행했더니 요일별 매출 비중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의 비중이 높아졌다.

대체제를 찾는 노력도 있다. 기본 반찬에 사용되는 식자재의 가격이 오른 경우에는 반찬을 변경한다. 기본 반찬으로 많이 활용하는 콘치즈의 경우 스위트콘의 가격이 올라 마카로니마요네즈로 변경되기도 한다. 메뉴마다 사용되는 식자재가 제각각인 경우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식자재의 호환이 가능하도록 메뉴를 변경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를 취하는 자영업자도 있다.

◆공과금, 배달비 등 기본 비용 줄이기

가스요금, 전기료가 오른 상황에서 공과금도 부담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자영업자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화구나 튀김기 등 조리도구의 전원을 켜두는 경우가 많지만, 고물가 시대에 대응해 주문이 없을 때는 조리도구를 꺼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 퇴근 시 정수기 및 온수기의 전원을 끄고, 쇼케이스 냉장고를 비우고 전원을 끄기도 하며, 인지도를 위해 켜두던 간판의 불을 끄는 경우도 늘고 있다.

배달 대행업체를 쓰지 않고 자영업자가 직접 배달하는 경우도 있다. 배달 대행업체에서 배달할 경우 식당 측에서도 배달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배달 어플을 사용해 주문을 받되 배달은 식당에서 직접 하는 방식이다. TV를 켜놓을 경우 시청하는 손님의 식사 속도가 느려질 수 있기 때문에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TV를 꺼놓는 등 소소한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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