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와 대담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왼쪽)와 박찬욱 감독(오른쪽)이 21일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 행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요즘 AI알고리즘 추천이 상당히 정교화되고 있어요. 넷플릭스나 왓챠에서 AI가 저에게 추천하는 영화를 보면 제 영화가 많더라고요.”
박찬욱 감독이 21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내한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와 함께 영화와 콘텐츠 관련 학과 학생들 100여명과 만났다.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사회로 영화의 미래와 한국영화의 가능성 등에 대해 두 사람이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박 감독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영화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영화의 미래는 결국 다양성의 증가라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몇 십년 전에는 커다란 카메라와 그걸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술자가 있어야 영화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만들지 않나. 그런식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결국엔 극장에서 개봉하는 시대가 됐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상 초월한 발상 전환할 수 있는 시대”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에서 컴퓨터로도 영화를 보고 선택할 수 있고, 지금 당장 개봉하는 영화만 볼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라며 “영화 취향도 좁은 한계 속에 갇혀 있기 마련인데 이제는 AI 추천으로 전혀 관심도 없던 영화를 알게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추천인 알고리즘이 상당히 점점 정교화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넷플릭스나 왓챠를 열어보면 저에게 추천하는 영화가 제 영화인 경우가 많더라. 얼마나 정확히 추천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말에 테드 서랜도스는 크게 웃으면서 “당연히 제대로 작동해야죠. 만약에 그게 틀렸으면 안되겠죠”라고 화답했다.
박 감독은 “영화를 극장에서만 보던 시대가 있었지만, 요즘은 아니다”면서도 “단, 영화를 전화기로만 안 보면 좋겠다. 그것만큼은 힘들더라”라고도 말했다.
이날 행사는 박찬욱 감독이 넷플릭스와 함께 제작하는 영화 <전, 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임진왜란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서 박 감독은 각본과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박 감독은 “넷플릭스가 (‘전,란’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그렇다고 돈이 아주 넉넉하다는 건 아니다”라고 농담을 건네며 “영화 제작비라는 건 아무리 많아도 더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테드 서랜도스는 이날 한국 영화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여러번 봤다는 그는 “넷플릭스의 첫번째 국제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다”며 “그때도 한국 영화 수준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도 거장의 손에서 탄생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박찬욱 감독이 이야기한 예산과 창작의 자유에 관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하는 일은 좋은 스토리, 스토리텔러를 고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가운데)와 박찬욱 감독(오른쪽)이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사회로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 행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이 바라보는 좋은 영화의 기준은 무엇일까. 한 대학생의 질문에 박 감독은 “우린 개인으로서 경험도 한정돼있고 만나는 사람도 뻔하고 좁다”며 “우리 자아의 협소하고 편협한 걸 넓혀주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정권에 반대해 모두가 돌을 던지던 시절’ 혼자 조용히 히치콕 영화를 좋아했던 자신의 과거를 꺼냈다. 그는 “그 시절 대학생이라면 볼리비아 좌파 다큐를 좋아했어야 했는데 히치콕 영화를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를 찾았다”며 “시대요청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테드 서랜도스는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두 가지를 원한다. 하나는 감정적인 연결이고 하나는 다른 세계로의 탈출인데 좋은 영화는 둘 중 하나는 해준다”며 “또 새롭고 진실될수록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괴물>을 본 이후로 한국 영화를 많이 보게 됐다. 지금도 20년 전 보는 영화에 대해 아직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이런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덧붙였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 삼성 27.7% LG 24.9%… 당신의 회사 성별 격차는?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