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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손도 못 댔는데” 치매 정복, 눈앞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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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서 치매에 걸린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손예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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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돌아가신 할머니, 치매로 고생 많으셨는데….”

인류에게 남은 난제, 치매를 정복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전망이다.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이 그동안 난공불락이던 치매 치료제 개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치매 인구가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에서도 개발 열기가 뜨겁다.

아리바이오는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치매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신청했다. 임상 3상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에서 1200명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약 150명을 모집해 하반기 시작을 목표로 한다.

미국 임상 3상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첫 환자 투약을 했는데 미국에서는 600명 환자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다.

아리바이오의 AR1001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초의 경구용 치매 치료제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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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이사 [아리바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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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바이오 관계자는 “기존 치매 치료제는 독성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만을 목적으로 하는 주사제로 병원을 방문해 2시간 이상 혈관에 약물을 주입해야 했다”며 “하지만 AR1001은 복용 편의성이 좋은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여서 개발되면 경쟁력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매는 원인이 다양해 아직 정확한 타깃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는 증상을 늦추는 정도의 약물만 있다. 하지만 최근 개발되는 약물들은 증상 지연뿐 아니라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까지 나타낸다. AR1001 역시 다중기전 방식으로 이런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치매 치료제로는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월 레켐비에 대해 신속 승인을 허락했다. 신속 승인은 개발 중인 약물에 대해 유효성이 있다고 추정될 때 최종 임상 데이터가 수집되기 전 사용을 승인하는 제도다.

레켐비는 최근 열린 미 FDA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정식 승인을 권고받았다. 다음 달 정식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 임상에 따르면 레켐비는 위약 대비 인지 저하를 27% 정도 줄였다. 투약군 중 68%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제거 효과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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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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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도나네맙’ 허가가 예상된다. 이 치료제도 미 FDA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인데 도나네맙 역시 임상에서 레켐비와 같은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치매 정복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올해가 알츠하이머 치매 종말의 시작(the beginning of the end of Alzheimer's disease)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2021년 FDA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은 당시 획기적인 치매 치료제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효능 및 안전성 문제로 상용화에 실패했다. 이번 허가를 기다리는 두 개 치료제도 임상에서 어떤 부작용 등이 나올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치매는 발병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제 개발도 어려운 영역”이라며 “지금까지 치매 원인으로 밝혀진 베타아밀로이드 제거와 인지기능 향상 효과를 내는 약이 나온다면 나오자마자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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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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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로 치매 환자는 매년 증가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치매 환자 수는 2030년 7800만명, 2050년에는 1억5000만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에 치매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30년이면 19조원대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아리바이오 외에도 젬백스, 디앤디파마텍, 차바이오텍, 엔케이맥스 등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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