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될만한 한국 드라마는 정말 팍팍 밀어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 엄청난 돈의 싸움에서 과연 누가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을까’. 앞서 “결국 한국은 원천 IP를 확보하지 못한 채 넷플릭스의 ‘외주제작 국가’가 되는 것”이라던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와의 인터뷰 내용(4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이 떠오르는데요.
‘넷플릭스 하청기지화’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요. 미디어 연구기업 오픈루트의 김용희 연구위원(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과 그 해법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종속되고 있다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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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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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늘어날까
-최근 콘텐츠 업계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 방한으로 들썩였죠.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 콘텐츠 투자 금액을 늘릴 거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일단 넷플릭스는 왜 K-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는지부터 설명해주시죠.
“넷플릭스가 앞으로 5년간 약 3조20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했는데요. 단일 기업이 특정 국가에 그렇게 대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하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이 정도 투자는 분명히 쉽지 않은 결정이죠.
넷플릭스가 왜 그런 결정을 했을지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익숙한 드라마 주제가 서구권에서는 굉장히 신선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 국가에서 투자하는 것과 비교해 적은 수준의 투자비로 생각보다 높은 퀄리티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런 국가가 흔치 않죠.”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돈’이란 관점에서 미디어를 연구한다. 김동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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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IP(지적재산권)을 넷플릭스가 CJ ENM보다 더 많이 가져갔다고 합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100%대고 IP를 모두 가져가는 방식인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이지만 ‘넷플릭스 거’가 되는 거죠. 이런 계약방식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을 텐데, 어떻게 보시나요.
단점은 언론에서 많이 나온 것처럼 넷플릭스가 IP를 독점함으로써 제작사나 창작자가 그 IP를 재활용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겁니다. 글로벌 성과를 넷플릭스가 독식한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사실 넷플릭스가 그러한 계약 형태를 강제하는 건 아닙니다. 선택 기회를 주죠. 제작사가 제작비의 일부를 대서 IP를 공동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갈 것인가는 (제작사의) 선택의 문제이죠.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히트를 치면서 이제는 가급적 IP를 제작사가 갖고 가는 모델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야 나중에 부가적인 사업도 할 수 있고, 더 크게 보자면 ‘한국판 디즈니’도 될 수 있다는 건데요.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한국형 디즈니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면, 대규모의 자본 투자가 필수입니다. 예전처럼 콘텐츠 시장이 국가별로 나누어져 있을 땐 ‘한국에서 제일 큰 콘텐츠 사업자’만 꿈꿔도 됐겠죠. 지금은 글로벌 OTT에서 전 세계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화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업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고요.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합니다.”
방한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가 22일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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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한국 드라마 산업이 원천 IP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는 역할에 머문다면 결국 ‘넷플릭스의 하청기지가 될 수 있다’며 걱정합니다. 이런 의견엔 동의하시나요?
“물론 (한국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에 의존하고 가장 좋은 작품을 넷플릭스에 공급하려고 하는 모습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하청기지화하는 부분도 있는데요. 그러면 왜 그렇게 시장 구조가 형성되었을까요.
한국에도 다양한 플랫폼들이 존재합니다. 토종 OTT와 IPTV, 케이블방송도 있죠. 그런데 제작사가 명운을 걸고 만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콘텐츠들을 왜 넷플릭스에 먼저 피칭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연 (한국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넷플릭스만큼 콘텐츠를 그렇게 잘 대우해주고 있는가부터 고민해 봐야죠.
우리나라 대기업이 선진국보다 투자여력이 부족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 ‘콘텐츠 산업이 돈이 되는 산업일까’에 대한 의문이 많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못하고 있는 거죠. 이런 걸 더 산업화할 노력과 스킬이 부족하다 보니 넷플릭스에 기대는 산업구조가 되었다고 봅니다.”
-하청기지화 되느냐 아니냐도 결국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겠네요.
“래몽래인이 제작한 ‘재벌집 막내 아들’이나 에이스토리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례를 보면 제작사가 스스로 50%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고 IP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우영우나 재벌집 막내 아들 모두 굉장히 큰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어요.
지난해 인기를 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비는 약 150억원 정도로,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자체 자금을 써서 제작했다. 국내 방영권은 ENA 채널, 중국을 제외한 해외 방영권은 넷플릭스와 계약했고 IP는 제작사가 소유하는 방식이어서 다양한 부가사업이 가능하다. ENA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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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처럼 정부가 세제 지원?
-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셨는데요. 다른 한편에서는 제작사들 돈 잘 벌고 잘 나가는데, 또 그 중엔 대기업도 있는데 무슨 정부 지원이 필요하냐는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반도체나 첨단기술은 정부가 지원해서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가 잘 통하지만 콘텐츠 산업은 아직 그런 인식이 별로 없는 듯한데요. 그럼에도 그 필요성이 있다면 근거가 뭘까요.
“콘텐츠 하나가 만들어져서 전 세계인들에게 유통이 되면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굉장히 많이 올라갑니다. ‘소프트 파워’라고 표현하는데요. 이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 핸드폰이나 자동차 같은 제조업 분야까지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럼 수출에도 도움이 되고 관광도 발전하게 되고요. 콘텐츠 산업의 성공이 다양한 산업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미 잘 나가는 콘텐츠 사업자들을 왜 지원해야 되느냐라는 질문에 답하자면, 생각보다 제작사들의 효율성(수익성)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감독과 스태프, 출연자 몸값 등 이른바 ‘매출 원가’가 매우 많이 올라갔기 때문이죠. 그리고 대기업 제작사라고 해도 글로벌 시장에선 작은, 중견 수준의 제작사이고요.
반도체의 경우에도 세계 1위인데도 정부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지원해주지 않습니까. 글로벌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분야이기 때문인데요.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의 포인트를 한순간이라도 놓치게 되면 다시 따라잡을 수 없는 정도의 격차가 벌어지는데, 이 콘텐츠 산업이 그렇습니다. 제작을 꾸준히 해서 제작 역량을 누적시켜놓지 않으면 그 격차가 굉장히 빠르게 (결과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미 정부가 많은 지원 정책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대형 프로젝트를 하기엔 좀 부족하다는 겁니다. 펀드도 있고, 세액공제도 있지만 그게 대규모 작품을 만들긴 부족해요.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부터 1, 2년 동안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저하된다면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매우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성공을 보고 전 세계적으로 지금 많은 콘텐츠 투자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동유럽 등 우리와 경쟁할 만한 잠재력 있는 국가에서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아서 콘텐츠들이 제작되고 있고요. 이를 통해 다작화, 고품질화가 진행되고 있어서요. 지금 콘텐츠 산업이 잘 나가지만, 그만큼 위기도 빨리 도래하고 있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오는 7월 촬영에 들어가는 오징어게임2. 한국 드라마 사상 최대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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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콘텐츠를 봐도 스페인이나 콜롬비아 같은 나라들도 상당히 선전하고 있더라고요. 경쟁국이 이미 꽤 있는데, 동남아나 동유럽도 치고 올라오려고 하는 중이군요.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OTT가) 중국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수급하진 않고 있는데요. 중국도 우리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경쟁자입니다. (중국은) 문화적인 부분도 많이 축적돼있고 제작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만약 미국과 중국 갈등이 완화돼서 미국 자본이 중국에 투자된다면 한국엔 분명히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 드라마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겠네요.
“한국도 이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제작사들은 한국 스태프, 한국 감독, 한국 출연자와 한국 제작자본을 가지고 한국에서 만드는 콘텐츠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 것보다는 예를 들면 자본은 미국, 출연자는 프랑스, 이런 식의 글로벌한 공동 제작 같은 형태가 많이 필요로 하는데요. 그런 부분에서 문호가 개방이 덜 돼 있습니다. 교류도 부족하고요.”
미국 마블스튜디오의 9부작 시리즈물 ‘완다비전’. 총 2664억원의 제작비가 투자돼 25%(약 666억원)의 세액공제를 받았을 걸로 추산된다.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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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님 보고서를 보니까 의외로 미국과 영국 같은 매우 앞서있는 선진국도 콘텐츠 사업에 세제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건 왜 그럴까요?
“한국은 대기업의 경우 영상 콘텐츠 제작비의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세제 지원을 해주는데요. 미국과 영국 같은 콘텐츠 선진국들은 최소 제작비의 15%에서 많으면 40%까지 세금을 깎아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굉장히 큰 파급이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작품을 만들면 전 세계적으로 관광 명소가 될 뿐 아니라 제작하는 동안 고용과 소비가 발생하죠. 그래서 ‘우리 지역에 와서 작품을 만들어달라’며 제작사에 세금 절감으로 유인하는 겁니다.
이게 어떤 효과가 있냐면 콘텐츠에 투자했을 때 실패할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세금을 환급해준다는 건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 보자면 정부가 수익률을 일부 보전해주는 거죠. 그래서 그 지역에 많이 투자하게 되고요. 그 지역에 제작 설비, 후반 작업, 스텝과 출연진의 숙박 등 연관된 산업이 매우 크게 발전했고 그것이 관광산업으로 연결돼 경제적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제도를 유지하거나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콘텐츠 세액공제 제도를 확대하자는 논의하고 있는데요. 만약 세금을 줄여주는 금액이 100억원이라고 가정한다면, 같은 100억원을 직접 제작비로 지원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큽니다. 직접 지원해주는 100억원은 받을 수 있는 기업이 한정되지만, 간접 지원인 세액공제는 누구나 요건만 되면 받을 수 있으니까요. 지원을 받기 위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죠. ”
토종 OTT의 살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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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인 티빙(위)과 웨이브(아래). 5월 이용자 수(MAU)는 티빙이 515만명, 웨이브 392만명 수준이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는 1153만명. 티빙과 웨이브 공식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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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산업이 더 커지려면 플랫폼 자체도 더 다양해지고,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많이 이뤄져야 할 텐데요. 우리나라 토종 OTT들도 있지 않습니까. 요즘 보면 적자다, 힘들다는 기사만 많이 나오는데요. 어떤 식으로 활로를 찾아야 할까요.
“구독자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똑같이 200억원 들여 시리즈물을 만들면 넷플릭스는 2억 명이 수익을 회수시켜주는데 국내 OTT는 500만 명 정도로 회수해야 하는데요. 당연히 효율성 측면에선 차이가 클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가입자와 구독자 수를 늘려야 합니다. 못해도 최소 800만 명 이상은 국내에서 확보해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미 구독할 만한 분은 다 구독을 했다는 거죠.
그럼 이걸 어떻게 늘려야 하느냐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해외로 진출하거나 B2B 영역에서 새로운 구독자를 만들거나. 예컨대 쿠팡플레이는 다른 구독상품(쿠팡 로켓와우 멤버십)에 부가적인 상품으로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죠. 그런 것처럼 티빙과 웨이브도 다양한 다른 구독모델과 연계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3단계, 4단계로 간다면 콘텐츠를 소비하기 좋은 플랫폼이 될 텐데요. 한국에 현재 자동차가 1700만 대가 되니까 만약 다 자율주행차가 된다면 1700만 가입자가 생기게 되겠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을 텐데요. 다만 그런 걸 하기 위해 지금 국내 OTT들이 기술적인 준비를 하고 있느냐 하면, 아직까진 투자가 미비합니다.
또 왓챠를 제외하고는 다 대기업 계열 OTT임에도 불구하고(티빙은 CJ ENM 자회사, 웨이브는 SK스퀘어 자회사) 투자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물론 몇천 억원이란 돈이 작진 않습니다만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엔 조족지혈 수준이죠. 하지만 ‘수익성이 적기 때문에 투자가 어렵다’고 얘기하는 건 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이고요. 궁극적인 해결책은 한국 OTT들이 규모의 경제가 되는 구독자를 확보할 때까지 이 악물고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엔 해결 방법이 없죠. 그걸 버티기 위해 정부가 세액공제나 펀드로 보조할 필요는 있습니다.”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SNL코리아’. 쿠팡플레이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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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가 사라지는 건 드라마 산업이나 구독자 이익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진 않으니,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긴 한데요.
“인터넷 산업은 로컬의 경쟁이 아닙니다. ‘우리가 글로벌한 OTT랑 어떻게 경쟁하느냐’, ‘우리가 그 정도의 투자금을 어떻게 감내하느냐’라고 말하는 건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죠. 물론 넷플릭스만큼 20조원씩 투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3사가 합쳐서 연 1조원 이상은 매년 투자해야 합니다.”
-K-콘텐츠를 응원하는 구독자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요?
“한국 콘텐츠 시장이 이렇게 풍족했던 시절이 없었습니다. 항상 부족하고 힘들고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는데요. 지금은 자본이 축적되고 산업화가 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잘 거쳐야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자본과 경험이 누적되면 분명히 콘텐츠 산업도 반도체처럼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 산업으로 발전할 겁니다. 국민들도 K-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넓은 마음을 가져주세요.” By.딥다이브
두 달 전 보내드렸던 OTT와 드라마 산업 관련 레터가 꽤 좋은 반응을 받았는데요. 당시 한 구독자가 ‘정부가 왜 제작사를 지원해줘야 하는지 이해 불가’라는 시니컬한 반응을 남겼습니다. 그걸 보니 저도 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에 또 다른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좀 설명이 되셨으려나요? 아니면 여전히 납득 불가일까요.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넷플릭스가 가성비 좋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도 잘될만한 콘텐츠는 넷플릭스로 가져가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넷플릭스 하청기지화’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넷플릭스가 강요한 게 아니라, 우리 제작사와 창작자들이 선택한 결과입니다. 높은 수익을 위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드라마가 돈이 된다’는 인식도 아직 부족하고, 이를 설득해서 투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사업화 역량도 부족합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제작사는 ‘대형화’로 가야 하고 더 큰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콘텐츠 제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중국 콘텐츠들도 글로벌 OTT 시장에 밀려들 거고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더 빠르게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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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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