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선 판매 PB들도 ‘공범’ 판단
피해자들, 대검에 엄벌 촉구 진정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피해자들이 2020년 2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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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직원(프라이빗뱅커·PB)에 대한 고소 사건을 금주 안에 처분할 것으로 파악됐다. 주범과 법인을 잇따라 재판에 넘긴 검찰이 약 3년 반 만에 판매사 직원까지 처분하며 라임 사건 본류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판매사 직원 역시 라임 펀드를 안전하다고 속여 판 공범이라며 대검찰청에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단성한)는 이번주 중 A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 직무대리(PB)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021년 8월 피해자들이 A PB 등 대신증권 PB들을 고소한 지 약 1년 10개월 만이다. A PB는 B 대신증권 임원의 부인으로, 핵심 인물인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에 이어 센터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검찰은 앞서 일부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는 조건으로 대신증권 PB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사건에 대해서는 불기소했다.
피해자들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대검에 A PB 등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피해자들은 A PB 등이 라임 펀드가 투자 대상이나 방식을 확인할 수 없는 ‘블라인드 펀드’로 초고위험 상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보금융상품’, ‘연 8% 이상의 준확정금리’라며 거짓으로 속여 판매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A PB가 장 전 센터장과 함께 실제와 다른 ‘가짜 설명서’를 토대로 역할을 분담해 라임 펀드를 주도적으로 판매했다는 것이다. 노모와 사는 한 피해자는 퇴직 후 노후자금인 전재산 1억원을 안전하다는 A PB의 말을 듣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앞서 대신증권 PB들과 함께 라임 펀드를 판매한 장 전 센터장은 2021년 5월 서울고법에서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및 부당권유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1·2심 재판부는 고객들을 응대하며 펀드를 판매한 PB들도 장 전 센터장의 ‘공범’으로 판단했다. PB들이 장 전 센터장과 함께 펀드의 수익률, 위험성 등에 관한 거짓된 표현을 써가며 펀드 가입을 권유해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PB들이 라임 펀드가 고위험 펀드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정황도 장 전 센터장 판결문에 담겼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신증권 반포WM센터에서 판매하던 라임 펀드 구성이 2017년 9월 투자처를 정해두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프로젝트 펀드’에서 판매사가 투자 대상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 펀드로 재편된 뒤에도 여전히 ‘담보금융’이란 용어로 홍보하라는 지시를 장 전 센터장으로부터 받았다는 C 당시 부센터장의 진술을 언급했다.
2심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적어도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2018년 6월 이메일 답변을 받은 이후에는 대신증권 반포WM센터 측에서도 이 펀드와 관련해 고객들에게 사용된 표현들이 잘못된 것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A PB 등이 당시 라임 펀드가 고위험 펀드라는 것을 알고도 안전한 펀드라고 속여 판매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대신증권 PB 대다수는 검찰에 “당시 라임 펀드가 고위험 펀드라는 것을 몰랐으며,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주범인 장 전 센터장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이 징역 2년을 선고하는 데 그치자 공범인 A PB에 대한 처분 수위를 두고 고심 중이다.
피해자를 대리한 김정철 변호사는 “대신증권 직원들은 장 전 센터장과 함께 시세 차익을 노리고 라임 펀드의 투자 대상 기업들에 주식 투자를 했다. 이때 라임 펀드의 투자 대상 기업이 얼마나 부실한 기업들인지 알았는데도 고객들에게는 A등급 기업들에게 투자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검찰이 이들을 불기소한다면 피해자들은 불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신증권 라임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D씨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현 합수부)의 복구 명분 중 하나는 라임 펀드 수사였지만 1년 넘게 피해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합수부가 오히려 금융 사기범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복구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했다.
1조7000억원대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 사건 수사는 2020년 초 피해자들의 고소로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 초기 핵심 인물인 원종준 전 라임자산운용 대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장 전 센터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판매사 등 법인을 잇따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현재 김 전 회장을 제외한 주범 대부분은 확정 판결을 받은 상태다. 다수의 피해자들은 펀드 판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판매사간 법정 다툼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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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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