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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美대법 '문자폭탄 스토킹범' 무죄취지 파기환송…"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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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등 쪽지 수천개 보낸 남성 '징역 4년6월' 하급심 판결 파기

'수정헌법 1조' 근거로 "메시지 보내면서 위협이라고 인식했다는 증거 없어"

찬반 논쟁…"오해로 감옥보내선 안 돼" vs "피해자에 테러 종신형 내린 셈"

연합뉴스

'스토커' 빌리 카운터맨
[미 콜로라도주 교정당국.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한 미국 남성이 여성에게 소셜미디어로 '문자폭탄'을 보내며 스토킹 행각을 벌인 사건에 대해 미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대법원은 이날 스토킹 혐의로 기소된 빌리 카운터맨에게 징역 4년6개월 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해 하급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낸다고 판결했다.

주심인 진보 성향의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자신이 작성한 다수 의견서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말이 위협적인 것이었는지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과거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 보호를 명시한 수정헌법 1조와 관련해 '진정한 위협은 헌법적 보호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의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되, 누군가를 위협하는 처사는 예외로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자신의 메시지가 이런 '위협'에 해당한다고 인식했는지 검찰이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케이건 대법관의 지적이다.

앞서 카운터맨은 지난 2014년부터 2년여에 걸쳐 컨트리 음악 싱어송라이터인 콜스 월렌의 개인 및 공개 페이스북 계정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위협을 가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수천 건 발송한 혐의로 기소돼 2017년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월렌에게 "공공장소에서 당신을 봤다. 흰 지프 자동차를 탄 사람이 당신이 맞나"라는 쪽지를 보내는가 하면 "너는 인간관계가 엉망이다. 죽어라. 네가 필요 없다"고 쓴 적도 있다. 다른 여러 메시지에는 욕설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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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 가수 콜스 월렌
[페이스북. 재판매 및 DB 금지]


게다가 카운터맨은 월렌을 스토킹하는 와중에 다른 여성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돼 보호관찰 판결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월렌은 이번 일을 겪으며 불안감에 일부 콘서트를 취소했고 불안감 때문에 밤에 불을 끄고 자지도 못했다고 호소했다.

반면 카운터맨은 자신이 망상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데다, 위협하려는 의도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니었기에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 원칙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법관 9명 중 케이건 대법관을 비롯한 7명이 무죄 취지의 다수 의견에 동참하며 유무죄 판단이 180도 뒤집히게 됐다.

반면 소수 의견을 낸 2명 중 한명인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이날 판결에 반대하며 "진정한 위협에 대해 부당한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썼다.

카운터맨의 변호사 존 엘우드는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부주의한 발언을 이유로 사람들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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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나 케이건 대법관
[UPI 연합뉴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브라이언 하우스 변호사는 "고의가 아닌 위협적 발언을 범죄로 취급할 수 없다는 판결"이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하우스 변호사는 "오해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갈 수 있다면 표현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이 고의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정부에 부여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최소한의 숨통을 틔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지워싱턴대학의 메리 앤 프랭크스 교수는 수정헌법 1조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대표해 낸 성명서에서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 조항에 근거해 스토커들이 처벌받지 않고 활개 치도록 결정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프랭크스 교수는 "이를 통해 스토킹 피해자들에게 잠재적으로 '종신 테러형'을 선고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가해자들에게 살해당할 위험도 키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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