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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김영호 "원칙있는 남북관계"…'대북 강경파'에 엇갈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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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장관 후보자 "대북 정책은 원칙이 중요"

통일부 역할…교류·협력에서 '대북 압박' 전환

기대·걱정 뒤섞인 분위기…"조직 정체성 정립"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원칙을 갖고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반을 닦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29일 오후 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그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기초한 통일 방안을 마련하고 이것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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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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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김정은 정권 타도' 등 대북 강경 발언을 내놓은 데 대해서는 "대북정책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머지 문제는 청문회 과정에서 다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뉴라이트 학자이자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김 후보자는 2019년 언론 기고문에서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뤄져서 남북한 정치 체제가 '1체제'가 됐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차관 후보자에 문승현 주태국대사를 내정했다. 통일부 장·차관이 동시에 외부 인사로 채워진 것은 1998년 통일부 출범 이래 처음이다. 이번 인선을 두고 윤 대통령이 통일부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남북 간 '교류·협력'에 치우쳤던 통일부의 무게추를 새로운 수뇌부를 통해 '대북 압박'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으로 평가된다.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되는 김영호 장관 후보자와 '정통 외교관'으로 평가되는 문승현 차관 후보자의 조합은 향후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한 대북 압박 공조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꾸준히 강조해온 '힘에 의한 평화',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와도 상통한다.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인선이 '평화 통일'이라는 통일부의 순기능까지 훼손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통일부 '쇄신 신호탄'…기대와 걱정, 엇갈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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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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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이번 인사에 대해 북한을 향한 통일부의 '짝사랑'을 끝내고 제대로 된 자정(自淨)을 시작할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지난 정부 시절 통일부가 관여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대북전단금지법 제정 등을 상기하며 "북한과 그렇게 오래 대화했으면서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등 도대체 해결된 문제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북한에 원칙 있게 대응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시대적 흐름을 읽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북한도 우습게 여기는 감상적 민족주의를 탈피하고 국제 보편적 상식을 기반으로 일하라는 메시지"라고 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양 교수는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통일부가 아니라 대립과 대결을 통해 '흡수 통일'을 지향하는 대결부의 출발을 알리는 인사"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재와 붕괴, 흡수 통일이라는 반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지향하는 뉴라이트의 본색이 드러났다"며 "조만간 통일부가 외교부로 병합되는 과도기"라고 평가했다.

통일부 내에서는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국장급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을 아예 바꾸라는 주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보수 정부 때도 통일부는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이 중심이었고, 그것이 곧 부처의 정체성이었다"면서도 "이번 수뇌부 인선은 대북 억제력을 바탕으로 한 안보 기조에 맞춰 통일부도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라는 요구"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권영세 장관의 경우 대통령의 측근이자 여당 중진다운 무게감으로 야당의 공세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지만, 신임 장·차관이 부임 수개월 만에 올해 국정감사를 어떻게 대응할지 우려스럽다"며 "다만 이미 (지난 4월) 북한인권 분야에 힘을 싣는 조직 개편이 있었던 만큼 그 연장선에서 통일부의 입지가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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