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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시위와 파업

[기자24시] 파업도 하필 이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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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민주노총이 지난 3일부터 2주간 '윤석열 정권 퇴진'을 구호로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전체 조합원 120만명 중 40만명 이상이 이번 총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16개월 만에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반등 동력을 마련한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하투(夏鬪)' 참여를 예고한 업종에는 부진한 반도체를 대신해 수출을 견인해온 자동차와 선박 등이 포함된다. 국내 최대 단일 노조인 현대차 노조는 오는 12일 5년 만의 민주노총 총파업 합류를 예고했다. 종일 파업이 아닌 조합원이 2시간씩 교대로 파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라 대규모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현대차 노조가 파업 참여 방식 등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어 종일 파업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현대차는 하루 동안 50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게 된다.

현대차와 함께 국내 최대 제조 기업 중 하나인 HD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예고는 그 자체가 합리적인 행동인지 의문이다. HD현대중공업이 2027년까지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지만 조선업계는 10년 불황 끝에 올해에서야 흑자 기조에 접어든 상황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한 대표적 업종인 만큼 일각에서는 이들이 주축이 돼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례화된 파업으로 한국 경제가 입는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두 차례 운송 거부 사태만으로 5조원가량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멈추지 않고 있다. 다음달에는 한·미·일 군사훈련 중단 투쟁 등 노동 현안과 무관한 또 다른 반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산하 노조들의 탈퇴 선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들은 탈퇴 이유로 민주노총 총연맹 등 상급 노조가 매달 조합비만 징수해 가고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반성과 변화가 시급하다. 민주노총이 현실 인식 없이 '투쟁만능주의' 행보만 반복한다면 후대에 한국 경제를 끌어내린 주범으로 지목되고 말 것이다.

[이진한 경제부 mystic2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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