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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제동걸린 강제징용 ‘배상금 공탁’…‘제3자 변제’ 적법성 여부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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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탁사무관 권한 벗어나”

정부가 이른바 ‘제3자 변제’ 해법안을 수용하지 않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려 했으나 법원이 일부 제동을 걸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탁 절차를 개시하며 거센 반발에 직면한 가운데 법원의 ‘불수리’ 결정이 나오면서 정부가 성급하게 배상 절차를 마무리하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는데, 이는 법원 결정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해법안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본질은 정부가 해법안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의 적법성 여부다. 정부가 당사자의 동의 없는 해법안을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힌 피해자에게 강행하면서 불거진 이번 사태는 가해 기업은 빠진 채 한국 정부와 일부 피해자 및 유족 간 법적 다툼으로 새 국면을 맞이했다.

정부는 3일자로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한 피해자의 유가족 2명 등 4명에 대한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법원에 공탁 신청했는데, 이 중 1건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소속 공탁공무원은 4일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의 공탁 신청에 대해 불수리 결정을 내렸다. 양 할머니가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안에 반대하는 내용 증명을 보내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점이 반영됐다.

광주지법은 이춘식 할아버지에 대한 공탁에 대해 ‘보정 권고’ 결정을 내렸다. 서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주지법도 고(故) 박해옥 할머니의 유족을 대상으로 한 공탁에 대해 ‘보정 권고’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1명의 유족에 대한 공탁도 서류 보완이 필요하다며 반려됐다.

“이번 공탁은 관련 법령에 의거해 적법하고 유효하게 이뤄졌다”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해졌다. 공탁의 주체인 재단측의 서류 미비 등 부족한 준비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공탁 절차를 개시한 것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피고 기업의 채무를 소멸하기 위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해 온 피해자 측은 법원이 결정이 나오자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측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금을 제3자인 재단이 지급하는 ‘제3자 해법안’에 대한 법적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3자 변제공탁’을 강행한 정부 결정의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정부는 법원의 불수리 결정에 대해 공탁 사무관의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며 “법리상 승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행정부가 법원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공탁 공무원을 직접 지목한 것도 이례적이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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