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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뱀의 다리는 언제 어떻게 없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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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구팀, 유전적 원인 밝혀내

사족(蛇足)이라는 말이 있다. 쓸데없는 말이나 행동을 일컫는다. 다리가 없어도 잘만 돌아다니는 뱀의 신체적 특성을 비유해 나온 말이다. 이처럼 뱀은 척추동물 중 거의 드물게 다리가 없고 가늘고 긴 신체를 가졌다. 언제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 과학자들이 그 유전적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혀내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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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서식하는 '실뱀'(사진 제공: 이상철 박사)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중국과학학술원 청두(Chengdu) 생물학 연구소 연구팀이 뱀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같은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지난달 20일 보도했다. 뱀의 신체는 너무 가늘어서 하나의 폐밖에 없고, 혀로 냄새를 맡는다. 특히 다리가 없다. 하지만 이같은 뱀의 신체가 특별한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았다. 뱀이 해양 생물에서 진화해 다리가 없다, 육상 생물로 주로 땅속에서 살면서 진화 과정에서 사라졌다는 등의 가설만 존재해왔다.

연구팀은 이같이 뱀의 신체적 특성의 유전적ㆍ진화적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12개 과 14개 종의 뱀 유전자를 채취해 약 1억5000만년의 역사를 지닌 진화 과정을 분석했다. 기존에 진행됐던 11개 종의 유전자 분석 결과도 참고했다.

이 결과 연구팀은 모든 뱀의 유전자에서 척추동물의 사지 발달을 관장하는 PTCH1 유전자에 세 부분이나 DNA의 손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 연구에 '추측' 정도만 해왔었던 데 비해 이번 연구에서는 다리가 퇴화해 흔적 기관으로만 남아 있는데 직접 관여한 유전자를 밝혀냈다. 동물 실험을 통해서도 이를 입증했다. 생쥐에 뱀과 동일한 PTCH1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일으켰더니 발가락뼈가 훨씬 더 짧아진 것을 확인한 것이다.

다른 유전자적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도 관심을 끌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뱀의 시력 유전자가 상실됐을 것으로 여겨왔다. 아주 가까운 곳만 볼 수 있고 그것도 입체적으로 사물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뱀은 여전히 해당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원시 뱀이 지하에 살았기 때문에 진화 초기 때부터 시력 유전자의 활동이 중단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뱀이 고주파를 듣는 능력이 탁월한 것도 이와 관련돼 있으며, 진동에 예민하도록 귀의 뼈를 조절하도록 유전자 변이가 진행됐다는 것도 확인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뱀은 척추동물들이 배아 단계에서 두 개의 폐를 갖도록 하는 등 신체가 대칭적으로 발달하게 하는 것을 담당하는 두 개의 유전자 DNAH11ㆍFOXJ1가 없다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뱀의 진화에 핵심 유전자들의 역할을 밝혀낸 것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진화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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