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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알바라도 해야죠" 임대료 밀리자 가게 문부터 닫았다[벼랑 끝 자영업자]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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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떨어지자 단기 아르바이트 전전…원가·배달비·임금 상승에 '막막'

자영업자 40% "3년 내 폐업 고려"…대거 이탈 시 사회 혼란 초래

뉴스1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연체율이 1.00%를 기록하며 코로나 사태 직전 수준을 넘어서 8년 만에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천33조 7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 작년 3분기와 4분기에 이어 세 분기 연속 1천조 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2023.6.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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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올 3월부터 갑자기 손님이 뚝 끊기더라고요. 그 여파로 임대료도 두 달째 밀렸습니다. 가게를 열어둘수록 손해니 차라리 문을 닫고 아르바이트하는 게 낫겠더라고요. 그래서 며칠 동안 라멘 가게에서 일했습니다. 갚아야 할 빚도 많고, 재료비도 뛰었는데…참 막막합니다"

전국에 비가 쏟아졌던 4일. 장대비 때문일까. 한모씨(35세·남)의 식당은 썰렁했다. 한씨는 간간이 찾아주는 손님이 고마워 콜라를 한 캔씩 손에 쥐여주었다.

한씨는 지난해 10월 강남구 대치동에 식당을 열었다. 경기도 동두천에서 장사하다가 야심 차게 강남으로 넘어왔다. 요리를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연어 요리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손님들의 평도 좋았다.

올 1~2월까지만 해도 한씨의 식당은 그럭저럭 장사가 잘 됐다.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적자는 안 봤다.

그러다가 3월부터 갑자기 손님이 줄었다. 연초엔 하루 평균 40만원어치의 연어 덮밥을 팔았는데, 3월 중순부터 20만원대로 줄었다. 장사가 잘 될 줄 알고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고용했는데, 낭패였다.

한씨가 내야 할 가게 운영비는 약 350만원. 임대료 250만원에 관리비, 전기요금, 화재보험료 등까지 더한 값이다. 여기에 저축은행과 카드사에서 받은 대출 이자 130만원을 더하면 총 480만원이 고정비로 빠진다.

연어값도 만만찮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이 지연되자 한때 마리당 23만원까지 뛰었다. 지금은 13만원으로 내려갔지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결국 탈이 났다. 임대료를 내지 못하게 되면서 임대인에 말미를 달라고 했다. 가게 문을 닫고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씨는 "장사가 안되니 문을 닫고 선릉역 근처 일본 라멘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자영업자 중에서도 대리운전을 뛰는 사람이 많지 않나"라고 토했다.

◇고금리 대출에 최고임금 인상까지…사면 초가 자영업자, 줄폐업 위기 몰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한씨와 같은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이 점점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장사는 안 되는데 대출 이자부터 배달 비용까지 들어갈 돈은 날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지난 5월 발간한 '개인사업자대출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자영업자가 받은 대출은 총 1078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개인당 평균 3억3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셈인데, 이 중 40%가 고금리 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상위 순위에 노출되려면 월 8만8000원짜리 '깃발'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는데, 보통 4~5개는 사야 한다"며 "건당 6000원하는 배달 비용을 제하면 남는 게 별로 없지만, 이렇게라도 살아남아야 대출을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자영업자의 소득 수준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소득 지수는 팬데믹 직전인 지난 2019년 4분기 100에서 지난해 2분기 97.9, 올 1분기에는 92.2로 떨어졌다.

최근엔 '최저임금 인상' 이슈까지 나오면서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 커졌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사용자 측은 9700원, 노동자 측은 1만2000원으로 맞서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괴담으로 요식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일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B씨는 "고깃집 특성상 고용해야 할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많은데, 최저임금을 1만2000원까지 올려버리면 정말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일 발표한 '자영업자 2023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500명 자영업자 중 40.8%가 "향후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최근 카페가 많아져도 너무 많아졌다"며 "그러잖아도 경쟁이 치열한데, 최저임금까지 오른다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가 중소기업과 더불어 현재 한국의 경제 시스템에서 중요한 '축'을 맡은 만큼, 전문가들은 이들의 제도권 탈락을 막기 위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체 경제인구 중 자영업자 비중은 20%로 나타났다. 전체 579만명의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있는 이들은 143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많은 이들이 자영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이 제도권에서 탈락하면 복지 등 사회적 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분배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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