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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취재파일] 조선소 찾은 한동훈…이미 대권 행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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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에선 지난 월요일(10일), 법무부가 배포한 몇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전남 영암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를 찾은 사진이다. 사진에는 안전모를 쓴 한 장관이 조선업 현장을 관계자들과 함께 둘러보는 장면이 담겼다. 작업복을 입은 조선업 근로자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간담회 사진도 함께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국가 기간산업 현장을 둘러보는 한 장관의 사진을 두고 흡사 "국가지도자급 사진"이라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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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 장관이 그냥 조선업 현장을 시찰하러 간 건 아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를 돕고자 법무부가 지난 1월 외국인력 도입 허용 비율을 확대하고 관련 비자 발급도 늘렸는데, 이런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자 조선소를 찾았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끈 건 사진의 구도와 배경 때문이다. 말쑥한 정장 차림과 능숙한 제스처를 취한 채 대형 선박과 조선소를 배경으로 찍은 몇 장의 사진은 자연스레 거물급 정치인의 사진을 연상시켰다. 과거 다른 법무부장관이 비슷한 현장에서 비슷한 사진을 찍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의도된 연출인지, 자연스럽게 찍힌 건지는 모르겠지만 뭇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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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한 장관은 전남도청을 찾았다. 민주당 소속인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만나 함께 손을 잡은 채 사진도 찍고 방명록도 남겼다. 젊은 여성 공무원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법무부 공식 사진에 담겼다. 지난해 9월 법무부를 찾은 김 도지사에 대한 답방 차원이자 무안공항 무사증입국 시행 상황, 계절근로자 제도 활성화 등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지만 역시나 정치적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이틀 연속 호남 일정을 소화하며 야권의 심장부인 전남도청을 찾아 현안을 논의했으니 말이다. 한 장관은 간담회에서 "국민을 안전하고 잘 살게 하려는데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여당과 야당의 마음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는데, 워딩만 놓고 보면 대선 주자급 정치인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지역 언론은 연이틀 한 장관 소식을 주요뉴스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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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틀 호남 행보…이미 대선 주자급?




법무부 관계자는 "정치적 행보로 읽히는 걸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한 장관은 이미 정치인이다. 법무부장관이라는 자리 자체가 정무직이다. 정치인의 메시지는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느냐로 함축된다. 법무부의 일과 연관되긴 했지만, 이틀 연속 호남을 찾아 '여야 통합' 메시지를 내놓은 것 자체가 이미 대선 주자급 정치적 행보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이미 한 장관은 '준(準) 정상'급 행보를 보인 지 오래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나라밖 순방 일정이다. 지난해 7월 첫 순방지로 미국을 택한 한 장관은 미 법무부와 FBI, 뉴욕남부연방검찰청과 유엔 감사실 등을 찾았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을 방문해 독일 연방 이민난민청장, 네덜란드 법무안전부 장관 등을 만났다. 방미 중 미 법무장관과 회동이 불발된 데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주요국 장관급 인사들과 만나며 준 정상급 외교일정을 소화했단 평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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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연방 이민난민청 방문한 한동훈 법무장관 (사진=법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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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도 말해준다. 지난 6월 한국갤럽이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발표에 따르면 한 장관은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22%)에 이어 2위(11%)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지지층 386명을 상대로 한 한국갤럽 조사에선 여권 인사 가운데 2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현재로선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셈이다. 한 장관이 이를 의식하지 않을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이 다가올수록 '한동훈 차출론'이 고개를 드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여당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한 장관이 여당의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미 거물인 한 장관이 초선 의원을 해서 뭐 하겠느냐,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일리는 있다. 어느 쪽이 됐든 한 장관이 총선 앞 큰 변수가 될 거란 건 자명한 일이다.

'정치인 한동훈'의 긍정 효과와 부정 효과




현직 법무부장관이 노골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선 우려도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한동훈 개인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는 자리가 갖는 속성 때문이다. 정치인은 표를 따라간다. 인기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행정부의 일원인 법무부장관이 그런 면에서 비교 우위를 갖는 건 '정책'이다. 한 장관 취임 이후 법무부는 이슈와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정책을 내고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전세사기 대란이 벌어지자 임대인 송달 없이도 임차권 등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한다거나 국가배상금 산정 시 병역의무대상 남성에 대한 차별을 폐지한다거나, 시각장애인 변호사 응시 편의를 개선하거나 마약과 전쟁을 선포하고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는 등 일반 대중이 반응할 만한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식이다. 특히 취임 직후 인혁당 사건 피해자에 대한 이자 면제를 결정한 건 장관 개인의 정치적 감각이 돋보인 사례였다. 민주, 진보를 표방해 온 전 정부가 "배임 우려가 있다"며 5년 동안 질질 끌어온 일이었기 때문이다.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역시 정치인이 갖는 속성 탓이다. 하나의 예로 오는 20일 예정된 '로톡 변호사'에 대한 법무부 징계는 결론 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많다. 로톡에 가입했다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징계를 받은 변호사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인데, 한 장관이 그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으려 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한 법조인은 "한 장관이 정치적 영향력이 큰 변협과도 척을 지지 않으려 할 것이고 그렇다고 청년 변호인들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선택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론을 내지 않고 미룰 가능성이 높단 예측이다. 로톡 변호사 징계 결과는 리걸테크 업계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단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정치권에서 표를 의식해 중요한 결정을 미루는 건 흔한 일이다. 이미 정치인이 된 한 장관도 다르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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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은 오는 금요일엔 제주도를 찾는다. 첫 일정이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 방문이다. 제주 4.3사건은 전통적인 야당 이슈였다. 역시 법무장관의 일이고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정치적 시사점을 갖는 행보다. 이튿날에는 한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제주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선다고 한다.

과도한 해석일 수도 있다. 더구나 벌써부터 대선 주자를 운운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일 지도 모른다. 다음 대선은 4년이나 남았고 한국 정치는 다이나믹하기 때문이다. 한 장관에 대한 호불호도 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자의든 타의든 한 장관이 이미 대선 주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국민의 입장에선 정치인 한동훈의 긍정 효과와 부정 효과를 저울질하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일 수 있겠다.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한 장관의 몫이다.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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