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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올랐는데 왜 세금이 부족하지…시급 1만원 후폭풍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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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 법령에서 최저임금 기준으로 활용
최근 5년간 최저임금 40% 오르는 동안
실업급여 지출액도 6조원 폭증


매일경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들이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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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 안팎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업급여 등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각종 제도의 지출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를 경우 국내 물가상승률이 겨우 2%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또 다시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이 업종이나 지역과 무관히 일괄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현행법 중 28개 법령에서 최저임금을 산정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법령과 관련된 사회복지제도만 30여개다. 또 24개 정부 부처(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180여 개의 일자리 사업까지 포함하면 줄잡아 200개가 넘는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권에 있는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정책이 바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제도다.

현행 고용법 46조에서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로 연동하도록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실직한 후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는 근무 기간에 받던 평균 임금의 60%로 산정하고 있지만 그 금액이 하한액을 넘지 못하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실업급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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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임 문재인 정부(2017~2022년)에서 최저임금이 6470원에서 9160원으로 41.6% 인상되면서 실업급여 재원의 고갈 속도가 빨라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급액은 2017년 5조248억원에서 2021년 12조622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0조9105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올해 5월까지 누적 지급액도 5조원에 육박해 연말이면 역시 1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일 국민의힘과 정부가 최저임금 80% 연동제로 인해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며 법률 개정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 내부에서조차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하한액이 낮아지더라도 최저임금이 오르는 한 각종 복지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도 지난달 정책평가연구원(PERI) 심포지엄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아래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과 과도한 재정 지출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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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에 따른 휴업급여와 출산휴가에 따른 출산휴가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100%를 기준으로 삼는다. 육아휴직급여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서비스단가를 책정하는 요양보호사와 어린이집 교사 임금 등에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기준이 된다. 심지어 탈북자의 국내 정착지원금 상한액도 최저임금 200배 범위 안에서 기본금과 가산금, 장려금 등을 구분해 지급한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들에 대한 형사보상금과 특별재난에 따른 사상자 지원금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주목을 받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예방접종으로 사망한 사람은 당시 월 최저임금액에 240을 곱한 금액을 보상금으로 받는다. 선거때 선거 보조원에게 지출되는 인건비도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하게 돼 있다.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물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다시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업종별 차등 적용 없이 1만원으로 정해지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5%포인트 오르고 국내총생산(GDP)은 0.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의 4차 수정 요구안(1만1140원)에 근접한 1만1000원으로 인상할 경우 소비자물가지수는 2.58%포인트 오르고, GDP는 0.49% 감소한다. 지난해 6%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지면 제품 가격 인상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최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을 펴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세진다면 향후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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