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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작심삼일' 금연 돕는 첨단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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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경두개 자기장 자극술(TMS) 주목

2020년 美 FDA 승인받아

흡연과 우울증, 각종 중독 장애 치료 가능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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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중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사망자의 약 14%가 흡연에 따른 질병으로 발생했다. 이같은 흡연의 위험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전 세계 흡연율이 감소하고 있긴 하다. 1990년 28%에서 2019년 20%로 줄었다. 하지만 인구 증가에 따라 흡연자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여전히 많은 흡연자들은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끊었다가도 다시 피우는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이 뇌에 자기장으로 반복적으로 자극을 가해 금연을 돕는 기술을 개발해 꾸준히 개선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지난달 7일 흡연 관련 특집판을 펴내면서 이같은 뇌 자극 기술(Brain-zapping technology)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는 2020년 8월 자기장으로 인간의 뇌에서 중독과 관련된 경두개 부분을 반복적으로 자극해 금연을 돕는 기술인 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시술을 승인했다. 당시 TMS 시술은 기존의 화학적 금연 치료제로, 뇌의 니코틴 수용체를 차단하는 부프로피온(bupropion)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 신뢰도를 입증했었다.

과학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연구를 통해 표준화ㆍ범용화로 실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중독과 관련된 뇌의 구조와 작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어 TMS 시술의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일부 연구자들은 개인별 맞춤형 시술을 통해 뇌 이미징을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벤-구리온대 연구팀이 2021년 발표한 TMS 시술 관련 논문은 중요한 연구 결과였다. 연구팀은 오랫동안 담배를 피워 온 262명의 흡연자들 상대로 첫 3주간은 평일마다, 이후 3주 동안은 주 1회씩 TMS 시술 임상 실험을 실시했다. 이중 절반의 참가자들은 실제로 뇌에 자기장 자극을 줬고, 나머지는 비슷한 소리만 나고 자기장 자극은 없는 '위약' 처방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임상 실험 이후 4주간 참가자들의 흡연 행동에 대해 자발적 보고와 소변 검사를 동시에 실시하면서 관찰했다.

이 결과 실제 TMS 시술을 받은 이들 중에는 28%가 아직까지도 금연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위약 처방을 받은 대조군의 12%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또 흡연 욕구가 감소했다는 응답도 더 많았다. 비록 금연보조제 등 FDA가 승인한 다른 요법보다 금연 성공률이 낮았다. 대부분의 다른 치료제들이 임상에서 금연 여부 판정을 자기 보고ㆍ일산화탄소 테스트 등 비교적 신뢰도가 낮은 방법에 의존한 반면 TMS 시술의 경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 숫자는 다소 낮더라도 임상적으로 분명히 의미있는 결과였다.

부작용도 적었다. 극히 일부 참가자들만 시술을 받는 동안 두통이나 불편함을 느꼈다고 보고한 정도였다.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인 발작을 경험한 참가자도 없었다. 다만 다른 종류의 치료에서 TMS 시술이 약 5000분의1의 확률로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에 현재는 금연 치료를 위한 TMS 시술도 일정한 의료 감독하에서만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선 일부 보험사들이 우울증 치료를 위한 TMS 시술에 보험을 적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흡연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TMS 시술은 전 세계에 약 50개소의 병원ㆍ정신과 진료소 등에서 받을 수 있다. 주로 미국에 많이 있고 유럽ㆍ인도에도 있다.

TMS 시술은 당초 2008년 우울증 치료용으로 승인받았고, 10년 후인 2018년 강박 장애 치료용으로도 승인됐다. 하지만 흡연 등 중독 장애 치료용으로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TMS 시술이 흡연뿐만 아니라 다른 약물 등 다양한 중독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이클 폭스 하버드 의대 신경학과 교수는 "다양한 뇌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해당 증상을 일으키는 뇌 부위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이미 유효한 것으로 입증됐다"면서 "(TMS 시술이 흡연 등)중독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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