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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흔들리는 수입 곡물 시장

세계 식량안보 또 '빨간불'…흑해곡물협정이 뭐길래[딥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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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1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예니카피 해안에서 한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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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의 종료를 선언하면서 인류의 식량 안보가 위기에 처하게 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흑해 협정은 오늘부터 유효하지 않다"며 "안타깝게도 흑해 협정 연장 조건의 일부가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아 그 효력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이 흑해곡물협정은 왜 중요한 걸까. 로이터통신은 이를 질의응답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흑해곡물협정의 중요성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수출 세계 4위인 농업 국가로 곡물과 종자유 원료의 주요 생산국이다. 전세계 4억 명을 우크라이나 곡물이 먹여살리고 있다. 전 세계 밀 수출의 10%, 보리의 15~20% 이상, 해바라기유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항만을 통한 농산물 월 수출량은 500만~600만 톤 수준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흑해의 우크라이나 항구는 봉쇄되어 수출할 길이 막히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2022년 2월24일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는 6월 기준 400만 톤의 농산물만 수출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세계 식량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세계적인 기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전쟁이 시작된 지 약 5개월 후인 2022년 7월22일에 이 협정이 합의되었다.

◇ 흑해곡물협정의 내용은

흑해곡물협정은 구체적으로는 두 개의 협정인데 하나는 우크라이나-튀르키예-유엔이 맺은 협정이고 또 하나는 튀르키예-유엔-러시아가 맺은 협정이었다. 러시아가 파기한 것은 후자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러시아, 유엔 대표들은 합동 조정 센터(Joint Coordination Center)를 만들어 군함, 비행기, 무인 항공기가 해상 인도주의 회랑에 접근할 수 있는 거리를 결정했다.

이 협정에 참여하는 모든 선박은 검사 대상이 되며, 검사는 튀르키예 해협의 입구 또는 출구에서 튀르키예가 지정한 튀르키예 영해의 항구에서 이루어지는데 특별 조정 센터(SCC)가 검사를 수행한다. 검사를 받은 후 선박들은 해상 인도주의회랑을 통해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에 도착한다. 흑해의 우크라이나 항구 3개가 이용되는데 오데사, 초르노모르스크, 피브데니가 그 항구들이다.

흑해에는 우크라이나 말고도 불가리아, 루마니아, 러시아, 조지아, 튀르키예 등이 항구를 두고 있으며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지중해로 갈 수 있다.

◇ 식품 가격에 끼치는 영향은

러시아가 협상 참여를 중단할 것이라는 소식에 곡물과 기름 종자 가격은 이미 올랐다. 이러한 가격 인상은 앞으로 몇 달 안에 빵과 파스타와 같은 주요 식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과 러시아와 같은 다른 생산자들의 곡물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현재 상황은 전쟁이 시작된 후 몇 달에 비해서는 나아진 상태다.

빵의 주재료인 밀의 가격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14% 하락했고 옥수수는 약 23% 하락했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 식량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세계식량계획(WFP)은 여러 비상사태가 겹쳐서 현재 70년래 가장 크고 복잡한 기아와 인도주의적 위기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세계식량계획은 연례 보고에서 2022년 기록적인 3억 4900만 명의 사람들이 극심한 기아를 경험했고 77만2000명이 기근의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 현재 세계 식량 공급의 상태는

세계 옥수수 재고는 가뜩이나 2021/22 시즌에 6년 만에 최저치로 시작했는데 세계 최고 옥수수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공당하며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브라질로부터의 수출이 급격한 증가해 흑해를 통해 수출된 1700만 톤의 옥수수와 함께 옥수수 공급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미국 농무부(USDA)는 2023/24년 시즌 말까지 전 세계 옥수수 재고량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 세계 밀 재고는 부족해 2023/24 시즌 말에는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세계 식량 프로그램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계식량계획(WFP)은 매년 수백만 톤의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으며, 그중 약 75%가 곡물이다.

2021년에 WFP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총 440만 톤을 구매하여 전체의 20%를 제공했다.

우크라이나는 주로 밀과 쪼갠 완두콩을 공급한다.

WFP의 식량은 예멘과 같은 서아시아의 일부 국가들로도 가지만 대부분은 아프리카로 간다. 그래서 WFP는 북미나 남미의 곡물 주요 생산국보다 가까운 동유럽에서 대부분을 공급받으려 한다. 하지민 이번 협정의 종료로 WFP는 다른 경로를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이미 WFP는 물류 비용 증가로 일부 국가로의 운송은 감축했다.

WFP는 72만5200톤의 곡물을 흑해를 통해 운송했다.

◇ 무엇이 수출되었나

안전한 운송 경로를 만들기 위한 흑해곡물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1690만 톤과 밀 890만 톤을 포함한 3290만 톤의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었다.

분쟁 이전에 우크라이나는 주로 흑해를 통해 연간 약 2500만~3000만 톤의 옥수수와 1600만~2100만 톤의 밀을 수출했다.

협정에 따라 흑해를 통해 곡물을 운송할 수 있는 곳은 단 3개의 항구였다.

◇ 러시아는 왜 협정에서 탈퇴하나

러시아는 협정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의 식량과 비료 수출에 걸림돌을 제거하기로 한 서방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요구에는 러시아 농업 은행(로셀코즈방크)을 스위프트(SWIFT) 지불 시스템에 다시 연결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다른 요구 사항으로는 농업 기계 및 부품 공급 재개, 보험 및 재보험에 대한 제한 해제, 토글리아티-오데사 암모니아 파이프라인 재개, 자산 및 식품 및 비료 수출에 관여하는 러시아 기업의 계정 차단 해제 등이 있다.

◇ 러시아 없이 흑해곡물협정을 운영할 수 있나

우크라이나의 항구들은 작년 7월에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봉쇄되었다. 러시아가 협정에서 탈퇴한 현재 곡물 선적이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

러시아의 협정 종료 선언으로 인해 흑해 지역에 입항할 때 부과되는 전쟁위험보험료가 추가로 오르고 선주들은 러시아의 합의 없이 자국 선박의 전쟁지역 입항을 꺼릴 수 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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