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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노동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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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40원 올라 9860원

4분기째 실질임금 하락에도

인상률 겨우 2.5%에 그쳐

경향신문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1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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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9620원보다 2.5%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됐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며 기획재정부의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3.3%)보다 낮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 “답정너 심의”라며 반발했다. 앞서 한 경제지가 지난 1일 보도한 ‘내년 최저임금이 9800원선’이라는 정부 고위 인사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 2.5%는 1987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낮다. 전년 대비 인상률이 2.5% 아래인 해는 2021년(1.5%)뿐이었다. 당시 2018년, 2019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이 2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한 뒤 고용감소 논란이 있었고 코로나19도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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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노동계에선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도 5%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던 지난해와 올해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이 각각 5.1%와 5.0%였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도 사실상 종식되고 물가인상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각종 수치도 최저임금 인상에 힘을 실었다. 최저임금 심의 기초자료로 쓰이는 ‘2022년 비혼 단신노동자 실태생계비’가 전년보다 9.3% 증가한 241만원이었다.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16.9%로 전년(15.6%)보다 1.3%포인트 늘었다. 이 비중이 상승한 것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4분기 연속 실질임금도 하락했다.

노동계 기대와 달리 올해도 ‘1만원의 벽’을 넘지 못한 데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공익위원들은 지난 18일 14차 전원회의에서 심의촉진구간(중재안)을 9820~1만150원으로 제시했다. 상한선은 1만원을 웃돌지만 해당 구간의 중간값은 9985원으로 1만원 미만이다. 노사 10차 수정안을 토대로 하긴 했지만 공익위원들이 회의 막바지에 제시한 ‘조정안’도 9920원(3.1% 인상)이었다. 아울러 공익위원 대다수는 노동자위원 안(1만원)과 사용자위원 안(9860원) 중 후자에 표를 던졌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셈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19일 내년 최저임금 표결 뒤 브리핑에서 “(한국의) 최저임금 절대 수준이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와 있다”며 “이 정도까지 올랐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자위원들은 1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 수준과 공익위원들의 독립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는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최저임금위에 대한 정부 개입으로 인해 사회적 합의기구인 최저임금위는 그 가치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공익위원들은 정부 ‘가이드라인’과 다른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공익위원들이) 조정안으로 9920원을 제안하면서 정부 고위 관계자 가이드라인 이야기는 정리됐다고 본다”며 “보도와 달리 9920원을 조정안으로 제시했고, 민주노총이 조정안을 받지 않아 성사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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