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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1만원 실질가치 9200원까지 뚝…10년째 못 이룬 ‘최저임금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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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2.5% 인상

한겨레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한 시민이 이날 오전 결정된 최저임금에 관한 의견을 묻는 스티커 설문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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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15시간에 이르는 마라톤회의가 이어진 19일 새벽 5시50분께, 근로자위원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수정안이 1만원이었다. 심의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르자 근로자위원으로선 더는 양보할 수 없는 선으로 ‘최저임금 1만원’까지 제시안을 낮췄다. 하지만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은 고개를 저었다. 결국 이날 최임위는 2024년 최저임금을 9860원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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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5월 서울 중구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최저임금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을 12000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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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시급 1만원 운동’이 처음 등장한 게 2013년이다. 이후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내년에도 결국 ‘최저시급 1만원 벽’을 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애초 최저시급 1만원에 대한 첫 요구가 나온 때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기호 7번’으로 출마한 청소노동자 김순자 후보가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을 냈다. 그해 최저임금이 4580원이었다. 김 후보는 낙선했지만 이듬해 최저시급 1만원에 대한 요구가 ‘운동’으로 번졌다. 김순자 후보와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이 2013년 ‘알바연대’를 출범시켜 최저시급 1만원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이어 2015년 민주노총이 총파업 요구 사항의 하나로 이 문제를 꺼냈다. 2017년 대선 땐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홍준표(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유승민(바른정당) 등 주요 후보들이 하나같이 최저시급 1만원을 공약했지만, 이후에도 현실화하지 못했다. 그사이 최저시급으로 요구했던 1만원의 실제 가치는 하락했다. 실제 구매력을 뜻하는 ‘실질임금’으로 계산하면, 2022년 기준 1만원의 실질임금은 9284원이다. 그나마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 아래로 확정된데다, 올해 대비 인상률로 봐도 2.5%(240원) 상승한 데 그쳐 물가상승 효과를 빼면 실질임금은 더 감소할 것이란 나온다.

최임위에 대한 관심이 ‘시급 1만원’에 집중되면서, 최저임금의 또 다른 축인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임금 문제는 제대로 쟁점화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는 노동 현장에선 최저임금 ‘액수’ 못지않게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 등에 집중해왔다. 당장 최저임금법 영향을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2021년 66만1천명에서 지난해 79만5천명으로 1년 사이에 20.3%나 증가했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한겨레>에 “지난 10년 동안 저임금 노동이 최저임금 적용도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 중심으로 증가해왔다”며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제도 논의가 한층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다만 양대 노총은 올해 최임위 초반부터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정 등을 요구했는데, 심의 과정에서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 근로자위원은 최임위 마지막 회의에서도 △플랫폼·특고 노동자의 임금 수준과 임금체계에 대한 현황과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방안 △산입 범위 개정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 영향 △최저임금 산입 수당과 통상 임금의 관계 △최저임금이 성별 임금 격차에 미치는 영향 등의 연구조사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근로자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심의 초반부터 해당 문제를 제기했는데, 사용자위원 쪽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논의를 보류했다”고 전했다.

김해정 장현은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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