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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서초구 초등교사 극단 선택에 잇따른 추모… 이주호 "교권 무너지면 공교육 무너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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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장 "학교폭력 업무 아냐"

교원단체들 회견, 교사들 추모 행렬

조희연 "분향소 설치, 특례법 개정"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내에서 20대 여성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 18일 오전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학교 관계자가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등교 전이라 현장을 목격한 학생은 없다고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경찰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현장인 교내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이초 교장은 이날 오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모든 교직원은 비통한 심정으로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며 "지난해 3월에 임용된 신규교사였지만 꿋꿋하게 맡은 바 소임에 대해 열정을 보여주셨으며, 아침 일찍 출근하셔서 학생과의 성실히 준비하시는 훌륭한 교사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망 원인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는 소문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고인의 담임 학년이 본인의 희망대로 배정됐으며, 담당 업무가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였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3월1일 이후 고인의 담당 학급의 담임 교체 사실이 없으며 해당 학급에서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은 없었다"면서 "해당 교사가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거론되는 '정치인 가족 연루설'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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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 추모 메시지가 담긴포스트잇과 함께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사진=임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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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단체들과 교사들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교육당국과 경찰에 성역 없는 조사와 수사를 요구했다. 교사노조는 이날 오후 4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진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족은 "젊은 교사가 근무 학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원인이 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이날 오후 2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교총은 성명을 통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향후 국회·교육부·교육청을 상대로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부터 이 학교 앞에는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줄을 이었다. 교문에는 “교직의 길에 한참을 달려온 선배 교사가 참으로 미안합니다. 헛되지 않은 죽음이 되게 하겠습니다” 등 추모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 수십 장이 붙었다. 교사 커뮤니티를 통해서 모인 전국 초등학교 교사들은 이날 오후 학교 앞에서 촛불 추모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 교육감 간담회에서 "고인과 유족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교사가 학교 내에서 생을 마감한 것을 두고 심각한 교권 침해가 원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공교육의 첫걸음이고, 교권이 무너지면 공교육이 무너진다"며 "교권 보호는 교사의 인권을 넘어서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교육활동에 대한 침해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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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열린 시도교육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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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인에 대한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서울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서울시교육청은 유족이 동의하신다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분향소를 설치하여 추모와 애도의 기간을 충분히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저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내에 추모를 위한 분향소를 마련해 운영할 예정이다. 분향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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