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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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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기들] ② "아기 몰래 보낼게요"…드러난 불편한 진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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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불법 입양' 정황 잇따라 드러나…대리모 출산도

벼랑 끝에 선 위기 산모들…'보호출산제'는 여전히 찬반 팽팽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면서 불법 입양, 대리모 출산 등 그동안 사회 이면에 숨겨져 있던 불편한 진실들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미혼모 등 위기 산모들과 아기를 모두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산모의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를 둘러싸고는 여전히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10명 중 1명 이상 숨져 (CG)
[연합뉴스TV 제공]



◇ 암암리 이뤄지는 '온라인 불법 입양'…대리모 출산까지

이번 사태로 드러난 사건 중에서는 출산 후 정식 입양 절차를 밟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자녀를 불법 입양 보낸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40대 여성 A씨는 2015년 1월 경기 이천시 한 산부인과에서 남자아기를 출산하고, 10여일 뒤 이 아기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여성에게 넘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포털사이트에 아기를 입양 보내는 것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글을 본 사람이 연락해 오자 남편과 함께 시내에서 만나 자녀를 넘겼다고 한다.

경찰은 A씨 부부를 아동복지법상 방임 및 유기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화성 영아 유기' 사건 친모 B(20) 씨도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B씨는 2021년 1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여아를 낳은 뒤 이듬해 1월 성인남녀 3명을 만나 아기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아기의 친부와 함께 살지 않아 사실상 미혼모였으며, 인터넷을 통해 딸을 데려가겠다는 사람을 찾게 돼 이들에게 아기를 넘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먼 과거의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대리모 출산 범죄도 세상에 드러났다.

평택에서는 2016년 출산한 여성이 자신은 대리모였으며, 낳은 아기는 타인에게 넘겼다고 진술해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2000년대 중후반 국내에서 대리모를 알선해주고 돈을 챙긴 브로커들이 줄줄이 적발돼 논란이 인 바 있는데, 이후 자취를 감춘 줄로만 알았던 대리모 출산이 여전히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출생신고가 된 아기만 입양할 수 있도록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뒤 입양 문턱이 높아져 유기나 불법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현재까지도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는 몇 번의 검색만으로 "미혼모인데 출생신고 없이 아기 보낼 곳 찾아요", "곧 태어날 아기 비공개로 입양보내고 싶어요" 등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합뉴스

베이비박스
[연합뉴스TV 제공]



◇ 아기들 상당수는 베이비박스로…"범죄 예방 기능 주목해야"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하면서 베이비박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다시 커졌다.

이번 전수조사 결과 지자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아동 1천95명 중 절반이 넘는 601명이 베이비박스로 들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사랑공동체가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설치한 베이비박스로 대다수 아기가 들어오고 있다.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날부터 지난달 19일까지 13년 6개월간 총 2천89명의 생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한 해 평균 150여명의 아기가 들어온 셈이다.

원칙적으로는 아이를 충분히 양육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놓고 간 부모들에 대해 유기죄 또는 영아유기죄가 적용된다.

다만, 베이비박스 설치 기관과 상담을 거친 뒤 인계했다면 영아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이번 전수조사 과정에서 지자체가 수사 의뢰한 아동 상당수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경찰은 부모가 설치 기관과 상담을 거친 사실이 확인되면 입건하지 않기로 했다.

주사랑공동체 관계자는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기들은 보육원 등으로 옮겨지거나 입양돼 안전하게 보호된다"며 "베이비박스로 아기를 보내는 것을 유기로 봐선 안 되고, 영아 살해·학대 등 극단적 범죄를 예방한다는 순기능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출산
[연합뉴스TV 제공]



◇ 벼랑 끝에 선 위기 산모들…보호출산제 논쟁은 계속

살해·유기 등 영아를 상대로 한 끔찍한 범죄가 연이어 드러났지만, '병원 밖 출산' 등 여전히 방치되는 사각지대도 있다.

이번 전수조사는 출산 기록이 남아있었던 영아들만을 대상으로 이뤄졌기에, 여건상 병원을 찾지 않고 몰래 아기를 낳은 사례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복지부·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병원 밖 출산 사례는 전체 출산 중 1% 정도를 차지하며, 연간 100∼200건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이며 정확한 현황 파악 자체가 여의치 않다.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을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병원 밖 출산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산모가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고, 아동은 국가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가 보완책으로 거론됐다.

복지부도 지난 18일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보호출산제가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법제화에 속도를 내자는 입장이다.

다만, 산모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아이를 뿌리 없는 사람으로 자라게 만들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2020년과 2021년 관련 법안이 각각 발의된 바 있지만, 현재까지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성숙한 부모에 의해 아기들이 범죄 피해에 내몰리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보호출산제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독일의 '임신 갈등 상담소'와 같은 미혼모 상담 창구를 개설하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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