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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미국 추종 너무 심했나"...중국의 경제 보복 걱정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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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23일부터 시행
정부 관계자 "일본만 너무 눈에 띄었나"
노무라 "미국 새 규제하면 제동 걸어야"
한국일보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AI) 콘퍼런스에서 중국 슈퍼컴퓨터 제조업체 수곤의 한 직원이 반도체와 '자주'라는 한자를 합성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규제가 시행되자 24일 명백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항의했다. 상하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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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적극 동조해온 일본에서 뒤늦게 중국의 경제 보복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일본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중국이 보복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 일본이 지나치게 많이 발을 맞추면 일본 경제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 "일본만 너무 두드러졌나"


일본에선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등 23개 품목을 수출관리 규제 대상에 추가하는 외환법 시행령이 지난 23일 발효됐다. 우방 42개국 이외의 국가에 규제 대상 품목을 수출하려면 경제산업장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명백히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면서 “중국의 이익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도 “중국에는 많은 대책이 있다”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25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 일본의 대응이 너무 두드러졌던 게 아닌가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호응한 결과 일본 기업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일본 경제는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전수 검사를 실시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산 식품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할 뿐 실효성 있는 대응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8일 중국 베이징의 수산시장에서 한 판매자가 판매 중인 생선에 물을 붓고 있다. 중국 세관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표본 검사에서 전수 검사로 강화했으며, 이로 인해 일본산 냉장 수산물의 수출이 어렵게 됐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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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대응해 중국이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을 막는다면, 일본은 수산물 수입 규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 상무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차량용 반도체 소재로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실시하는데, 규제 대상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일본은 이에 대비해 주요 광물 수입의 특정국가 의존도를 낮추기로 하고 G7 회원국들과 조율 중이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 "미국에 안이하게 동조하지 말아야"


일본의 국익을 지키려면 미국의 탈중국 노선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노무라증권 임원인 기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25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탈중국 행보는 안보 목적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미국 내 생산과 고용을 촉진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하고,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규제 강화에 나선다면 일본은 안이하게 동조하지 말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66%, 풍력발전 부자재의 약 50%, 희토류 광물의 86%를 점유하는 중국과 정면대결하기보다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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