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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자영업자 죽어가는데 은행들은 뭐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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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서민금융③]

코로나19 직격탄.고금리…빚 상환에 내몰린 서민들

한국은행 "취약차주, 자영업자 부실 확대 가능성에 유의"

금융당국, 이르면 9월 정책서민금융 확대 발표

은행들 사회적 책임 높히는 서민금융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은행연합회 "형평성에 어긋나"

김병욱 의원 "고금리 시대 은행 이익 많아져"

편집자 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통화긴축이 올해 끝날 지 알 수 없다. 한국은행은 1년 반 사이 기준금리를 3.0%포인트나 올렸고 동반된 시중금리 상승은 자영업자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았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대출로 생계를 유지했던 적잖은 자영업자들은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은 물론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았다. 생활자금이 필요해 고금리 신용대출까지 받은 일반 서민들의 연체율도 심상찮다. CBS노컷뉴스는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취약차주의 금융 리스크를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노컷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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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취약계층 '신용 리스크' 하반기 금융 핵심 리스크 되나
②"이자까지 막으려면 커피 2400잔 팔아야…버티기 힘들어"
③자영업자 죽어가는 데 은행들은 뭐하나요?


서울 중심지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60대 남성 박모씨는 코로나19 이후 사업자 대출 7000만원을 받았다. 30년 넘게 옷을 판 박씨는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월 500만원 임대료 내기에도 버거웠다. 박씨는 "술집이나 음식점은 그래도 조금 나아지고 있다지만 옷 장사는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씨 점포 옆 가게는 공실이다. 지난해 10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건물주가 기존 임차인에게 나가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하지만 경기 둔화 영향으로 건물주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고 뒤늦게 기존 임차인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 그러나 기존 임차인도 큰 돈을 들여 이미 다른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였다. 박씨는 "상권이 이미 많이 무너져서 임차인도 건물주도 모두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규연체 차주, 잔액 급증…이창용 "가계부채 증가세 우려"


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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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과 금리 고공행진으로 박씨처럼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1033조 7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684조 9000억원과 비교하면 50% 넘게 급증했다. 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대응 차원에서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부터 기준금리를 0.5%에서 3.5%까지 3%포인트(p)나 인상하면서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6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통해 "가계 및 기업 부채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향후 높은 금리수준이 지속되고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취약차주 및 자영업자, 한계기업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만큼 신규 연체 채권도 빠르게 늘어나 전체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향후 연체율 상승폭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한은은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의 기관에서 대출을 이용 중인 취약차주로부터 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2022년말 기준 취약차주는 전체 가계대출 차주수 및 대출잔액의 각각 6.3%, 5.0%에 불과하나, 2022년 하반기중 신규연체차주와 신규연체잔액을 대상으로 보면 취약차주가 각각 58.8%, 62.8%를 차지하는 것으로 시산됐다"고 밝혔다. 특히 신규연체 취약차주 가운데 39.5%는 신규연체잔액이 연간소득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금융기관 자산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금통위를 마친 후 "금통위 회의에서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가계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연착륙하도록 통화정책 목표로 갖고 대응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고음도 켜졌다. 신용보증기금(신보)의 '소상공인 위탁보증' 관련 통계에 따르면, 신보의 보증 지원으로 금융기관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이 상환을 하지 못해 신보가 대신 빚을 갚아주는 대위변제액 규모가 크게 늘었다.(CBS노컷뉴스 7월26일자 "이자까지 막으려면 커피 2400잔 팔아야…버티기 힘들어")

금융당국, 올 하반기 '정책서민금융 효율화 방안' 발표


노컷뉴스

스마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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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올해 하반기 서민금융 상품을 통합·정비하고 관련 재정을 늘리기로 가닥을 잡은 것도 한계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저신용 근로자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9월 '정책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는 데 서민금융 상품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근로자햇살론과 햇살론뱅크, 햇살론유스 등 복잡하게 나눠져 있는 서민금융 상품들의 칸막이를 없애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적기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또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연체자들의 채무조정, 복지제도 안내, 창업 지원 등의 종합상담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당초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에 대한 원리금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9월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연장한 이유도 한계상황에 몰린 취약차주들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지 않고 재기할 수 있도록 적기에 도와야 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경기 둔화 우려까지 고개를 들자 정책서민금융 확대가 연체율 상승을 막는 것은 물론 금융기관 건전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최근 "연간 정책서민금융 공급규모를 10조원에서 1조원 이상 늘려 사상 최대규모로 공급해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겠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0조원 규모로 출범한 새출발기금의 지원 대상도 대폭 늘려 대출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금리상승기 이자수익 낸 은행들의 사회적 책임은?


금융당국의 '정책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에는 재원 확충을 위한 방안도 담겼다. 현행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가계대출 잔액의 0.1% 이내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책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에서는 이보다 적은 0.03%를 출연하도록 제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두고 '성과급 잔치' 논란에 휩싸였던 은행들이 신용보증을 통해 서민에게 필요한 자금을 원할히 공급할 수 있도록 은행 출연금을 높이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고민은 국회에서도 있었다. 실제로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등 23명의 국회의원은 '서민금융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농협·수협은행이 서민금융진흥원 서민금융보완계정(보완계정)에 내는 가계대출 잔액 대비 출연 비율을 연 0.06%까지 올려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자는 취지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출연금은 1078억원, 상호금융권은 777억원 수준이었다.

해당 개정안에는 '금융회사 출연금과 관련해 최근 은행권의 예대금리차에 따른 수익이 높은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은행권이 해당 수익 중 일부를 진흥원에 출연해 서민에 대한 신용보증에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은 이자이익만 55조9000억원을 올렸는데, 2020년 41조2000억원, 2021년 46조원에 비해 각각 36%, 22% 증가한 액수다. 한은은 2021년 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에 증가한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 중 약 40%가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순이자마진 상승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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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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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시중 금리 상승이 동반되면서 은행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저신용 근로자들의 대출 이자로 수익을 낸 만큼, 이익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개정안에는 '은행이 과점적 지위를 활용해 얻은 수익으로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초과이윤을 향유하고 있고,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높은 대출금리를 부과해 채무자들에게 어려움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높은 금리와 낮은 대출 접근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주체에 대한 사회 환원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은행들의 출연비율이 올라가면 근로자햇살론과 햇살론카드 등 서민에 대한 신용보증 대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는 "은행은 이미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진흥원 외에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에도 출연하고 있어 은행의 출연비율만을 높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특정 업권의 이익규모가 커졌다는 이유로 해당 업권의 출연 비율만을 높이는 것 역시 평등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의 공통출연금 비율이 올라가면 은행이 비용 상승분을 대출금리에 전가해 대출자의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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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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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을 대표발의한 김병욱 의원은 고금리 시대로 금융환경이 바뀐 만큼, 수익을 거둔 은행들이 일정 부분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금융환경이 고금리 시대로 바뀌었고 그만큼 은행 이익도 늘었다"며 "이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은행들 역시 고객을 살리고 이미지 쇄신을 통해 은행도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전반적으로 고금리에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후유증들이 누적돼 있다. (연체율 상승 등은) 언젠가는 터진다"며 "은행들의 추가 출연금을 절대 금액으로 보면 사실 크지 않다. 자유시장에서 은행연합회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기존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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