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팬데믹 당시 페이스북 사내 이메일 입수해 보도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을 받던 끝에 '인위적 발생설' 등의 게시물을 삭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화당이 장악한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입수한 페이스북 내부 이메일을 살펴본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메타의 글로벌 정책 담당 사장 닉 클레그는 2021년 7월 동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코로나19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강등·경고표시하지 않고 왜 삭제하고 있는지에 대해 누구든 빨리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당시 콘텐츠 정책 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행정부와 다른 이들로부터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답신하면서 "우리는 그래선 안 됐다"고 적었다고 WSJ은 보도했다.
그간 페이스북은 정치적 고려 없이 독립적으로 콘텐츠를 관리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때는 페이스북이 코로나19의 중국 내 연구소 유래설 등을 거론하는 게시물을 더는 통제하지 않겠다고 밝힌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대화가 오갔다고 WSJ은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갓 시작됐을 무렵인 2021년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 정부 당국자들은 많은 미국인이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이유로 페이스북 허위정보를 지목했다.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 받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해 7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페이스북 임원들은 관련 정책에 대한 재평가에 착수했고, 2021년 8월에는 코로나19 관련 정책에 위반되는 게시물을 올리는 이용자들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WSJ은 전했다.
페이스북 콘텐츠 담당 부사장이 당시 보낸 이메일에는 "백악관이 우리가 삭제하길 바라는 것과 우리가 편하게 삭제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을 수 있다"고 적었다.
예컨대 백악관은 유머러스하거나 풍자적인 콘텐츠라도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겠지만, 페이스북 입장에선 과도한 대응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페이스북 내부에선 이러한 콘텐츠를 삭제하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음모론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한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이러한 보도와 관련해 언급을 거부했다.
짐 조던 미 하원 법사위원장(공화·오하이오)은 "이 문건들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연방정부, 특히 바이든 백악관의 요구에 따라 콘텐츠 관리 정책을 변경하고 표현의 자유를 없애라는 압박을 받아왔다는 걸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소셜미디어에서 의사표현을 검열하려 시도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오히려 공화당이야말로 가짜뉴스 등을 걸러내는 자정 시스템을 약화하려고 소셜미디어를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미 하원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가장 어두운 시절이었던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사람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면에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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