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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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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 만에 우세해진 집값 상승론…'100조 초과저축' 자극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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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대기성 자금 130조에 집값 상승 심리 겹치면

가계부채-금융불균형 등 '한국 고질병' 재발 우려

뉴스1

(자료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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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1년 뒤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시각이 하락을 점치는 시각보다 우세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집값 상승론'이 '하락론'을 앞지른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여기에 가계는 그간 빚을 거의 갚지 않은 채, 코로나19 이전 추세보다 100조원 이상 많은 저축을 예금·주식 등의 형태로 쌓아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계의 100조 초과저축 위에서 꿈틀대는 집값 상승 심리가 가계부채와 금융불균형 등 한국의 고질적 문제를 다시금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년 전엔 "집값 꺾인다" 웅성…이젠 회복 기대 꿈틀

29일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 한 달 전보다 2p 오른 102로 집계됐다.

이 지수가 기준치 100을 넘긴 것은 지난해 5월(111) 이후 1년2개월 만의 일이다.

작년 11월(61)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뒤 8개월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1년 이후 집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0부터 200까지의 숫자로 표현된다. 기준치 100보다 높으면 1년 뒤 집값 상승 전망이 하락 전망보다 우세함을, 낮으면 하락 전망이 상승 전망보다 우세함을 뜻한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지난해 6월부터 기준치를 밑돌기 시작했다. 이후 1년2개월 동안은 '지금부터 1년 후면 집값은 떨어진다'고 보는 국민이 더 많았으나, 이제는 집값 상승을 예견하는 수가 더 많아진 것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주택가격전망 CSI 상승 배경과 관련해 "전국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고 가격 하락 폭 둔화도 지속됐다"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까지 보합에서 상승 전환할 정도로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빚 안갚고 쌓은 130조…가계부채·자산불평등 우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은은 최근 다수의 보고서를 통해 집값 상승 심리가 연쇄적으로 가져올 여러 부작용들을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가계부채 감축이 저해되거나 자산 불평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집값 상승 심리가 단순 '심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 지난 2020~2022년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 가계는 100조원 이상의 초과저축을 쌓았는데, 딱히 빚을 갚거나 쓰지도 않고 대기 중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24일 펴낸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보고서를 보면 우리 가계가 쌓아놓은 초과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대략 5%, 명목 민간소비의 10% 수준이다. 초과저축은 가계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추세적으로 더 많이 쌓은 저축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 가계는 초과저축을 부채 상환이나 소비 재원으로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초과저축 일부를 소비 재원으로 이용함으로써 초과저축 규모가 빠르게 줄고 있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대신 초과저축을 예금·주식 등의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으로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가계가 초과저축을 쓰지 않은 건 우리 경제 상황을 관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국내외 경기 둔화 등에 따라 앞날이 불확실하므로 초과저축을 굳이 꺼내 쓸 때는 아니라고 판단 중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지금의 관망세가 사라지고 가계의 '초과저축 꺼내쓰기' 움직임이 시작될 경우,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가 금융안정이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시나리오를 촉발할 가장 유력한 촉매는 '집값 상승 기대'다.

보고서는 "초과저축이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으로 축적돼 있어 여건 변화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초과저축이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택가격 상승, 가계 디레버리징 지연 등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안정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이 지난 17일 발간한 또 다른 보고서는 자산 불평등 확대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소득 수준에 따른 대출 접근성 격차가 존재하는 가운데 가계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대출 접근성 높은 고소득층 자산이 저소득층보다 빠르게 증가해 자산불평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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