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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 교사가 자기 반 학생에게 무차별적 폭행을 당했던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 지난 주 수요일, 저희 취재진도 피해를 당한 선생님과 함께 교문 앞까지 동행했습니다.
가녀린 체구에 한쪽 팔엔 깁스를 한 선생님은 학교 안에 쉽게 들어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눈물을 쏟았습니다. "오는 길 내내 그날이 떠올랐다, 다시 오고 싶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폭행을 당하고 3주 만에 다시 찾은 학교. 중학생 때부터 평생의 꿈이었다는 교단은 어느새 끔찍했던 폭행이 벌어졌던 피해 현장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맞으면서도 소리 지르면 '아동 학대' 되나 생각"…교사들, 자발적 탄원서 작성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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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달 말. 상담 수업 대신 체육 수업을 가고 싶다는 B 군을 설득하다가 폭행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물건과 교과서를 집어던지다 욕설이 시작됐고, "또 선생님한테 욕을 하는 거냐"고 했더니 "그럼 때려줄까?"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지난 3월에도 B 군에게 한 차례 폭행당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던 A 선생님. 또 때리면 고소하겠다고 하자 더 한 폭행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20~30여 대를 미친 듯이 맞았어요. 주먹으로 얼굴, 배, 뒤통수. 그러다가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어서 뭐지? 했는데 저를 들어서 바닥에 메다 꽂더라고요. 그 순간 저를 보고 있는, 교실에 있는 아이들 마음은 어떨까 그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아이는 바닥에 고꾸라진 저를 계속 발로 밟더라고요.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전화기까지 가야겠다. 그만 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제가 막을 수도 없었고, 여기서 소리 지르면 '아동 학대'가 되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어서 소리도 못 지르고 전화기를 잡았어요." (A 교사)
그렇게 A 선생님은 전치 3주 상해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병가를 냈습니다. 그리고 B군을 상대로 형사 고소, B군 부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간 교사라는 책임감으로 버텼다는 A 선생님, 법적 대응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그녀를 오히려 북돋아주고 용기를 준 건 동료 교사들이었습니다. 평소 A 선생님을 아끼던 동료들, 그리고 그간의 고군분투를 옆에서 지켜본 같은 학교 교사들이 탄원서 작성에 앞장서고 나선 겁니다. 그렇게 교사들 사이에서 A 선생님 사건이 회자되며 전국 곳곳에서 수 천장의 탄원서가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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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를 준비하면서 A 선생님을 통해 수 천장의 탄원서 스캔본을 받아봤습니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 교사들 이 어떤 맥락에서 한 목소리로 분노하고 자발적인 탄원서 작성 운동까지 벌이게 된 걸까. 그 맥락을 꼭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읽어본 탄원서에는 학생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해도 실제로는 아동 학대로 맞고소 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면서 교사들의 방어 수단은 사실상 없다는 얘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A 선생님의 경우도 B 군을 지도할 때마다 수시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도 아동학대다, 신고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는데요. 교총에 비슷한 사례를 문의했더니 부지기수로 벌어지는 일이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실제로 최근 5년 간 교사가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돼 수사 받은 사례는 1, 252건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경찰이 무혐의로 종결 하거나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례는 676건(53.9%)으로 절반이 넘습니다.
'무고성 맞고소' 우려에 교권보호위 신청 주저…"잃을 건 많은데 실효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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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이 제공한 사례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일례로 최근 교사 4명에게 폭언을 한 학생을 교권보호위원회에 넘기자, 해당 학부모가 교사 4명을 모두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고소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학부모 측에서 피해 교사들이 오히려 본인 자녀만 질책하고 욕을 했고 심지어 때리려고 했다고 주장한 건데, 결국 검찰에서 무혐의로 종결됐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학부모가 '무고성 맞고소'를 했을 때, 결과적으로 무혐의가 나오더라도 교사 입장에선 신고 당하는 자체가 엄청난 타격이자 부담이라는 겁니다. 수사 기관에 끌려 다니며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학부모들 사이 낙인까지 찍히며 결국 무혐의가 나오더라도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란 거죠. 결국 교사 입장에선 학생으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해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걸 지레 우려해 교권보호위원회 여는 걸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장이나 교감 같은 관리자의 압박, 주변 시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학부모가 교권보호위의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취소 소송을 내면 학교장이 당사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주 열렸던 교권보호위원회에는 A 선생님 외에 다른 교사 2명도 B 군에게 지난 3월 이후 욕설 등 폭언 피해를 입었다며 조치를 요청해 모두 3건의 심의가 진행됐습니다.
그 중 다른 피해 교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교권보호위원회 신청을 주저하다가 A 선생님이 나선 걸 보고 용기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교사 입장에서 교권보호위원회 신청으로 잃을 건 많은 데 반해 실효성은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7가지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중학교의 경우 의무 교육으로 규정돼 퇴학 처분이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전학이 제일 센 처분인데 학교 입장에서는 학교 이미지 실추나 민원 등을 우려할 수밖에 없어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 실정입니다.
현행법상 관할 교육청이 교권 침해 행위가 형사 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수사 기관에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도 있긴 합니다. 고발되면 수사 기관 조사를 거쳐 해당 학생은 법적 판단을 받게 되는데요. 학교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고발요청서를 의결하면 관할 교육청이 다시 심의해 고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려야만 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요. 학교 이미지 실추와 학부모 민원을 우려해 심의 과정에서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많고, 교사들조차 교권보호위를 통한 고발 조치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안내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B군 사건은 SBS 보도로 알려지며 고발 요청까지 이뤄졌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드문 경우라는 겁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전국에서 교육청이 직접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해 고발 조치를 한 것은 38건에 불과합니다.
다른 대응책도 현실적으로 학교의 '결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학생에게 법적인 보호처분을 내려달라면서 학교장이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학교장 통고제'라는 제도도 있는데요. 이 역시 학교장이 총대를 메야 하는 건데 학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이미지 실추 등을 우려로 주저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결론적으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현행 제도 대부분 실효성이 부족하고, 학교가 교사들의 방패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겁니다.
"교실에 다시 설 자신 없다"는 피해 교사…학생들이 보낸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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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처음 A 선생님을 만났던 날, 건네 받은 각종 진단서 같은 서류 사이에서 유독 눈길이 가던 자료가 있었습니다. 바로 학급 학생들이 폭행 사건 이후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는 A 선생님을 위해 직접 써서 보내온 손 편지와 쪽지들이었습니다. "선생님이 계속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 모습을 본 순간 온 몸이 얼어버려서 아무 것도 못했어요" 같은 문장 속에서 사건 당일 교실에서 선생님이 폭행 당하는 모습을 무방비 상태에서 목격하며 학생들이 느꼈을 공포감이 묻어 났습니다.
이 밖에도 "선생님을 1주일이나 못 보니 너무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마다 제가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요", "선생님이 없으니 모든 게 지루하고 재미없어요."라는 내용까지. 아이들이 써 내려간 편지 곳곳에서 그간 A 선생님이 반 학생들에게 쏟은 애정과 진심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중 편지 이야기를 꺼내자 A 선생님은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 언제 오시냐, 기다리고 있다고 할 때마다 너무 미안하다. 학교로 돌아가서 교실에 다시 설 자신이 없다"고 말입니다.
수천 장의 탄원서를 통해 동료 교사가 말하고자 했던 걸 단순히 '교사의 권위'를 돌려 달라는 투정으로 봐선 안 될 겁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서로 충돌하는 제로섬 관계로 볼 일도 아닙니다. 교사들의 탄원서 작성 운동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교실과 아이들을 지킬 수 있게 해 달라, 그리고 학교와 정부가 실질적 버팀목이 되어 달라는 간절한 외침이 아닐까요. 하루 빨리 그런 제도적 버팀목이 마련돼 A 선생님도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교실로 돌아가 마음 놓고 다시 교사의 꿈을 펼치시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하정연 기자 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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