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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삶-특집] 정치의견 다르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성적 욕설 해대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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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자기 돈도 아니고, 왜 국민 돈으로 정치 놀음 하나"

"평균재산 34억원에 연봉 1억5천만원 국회의원 특권 폐지해야"

"타락한 사람들 출세하는 사회, 초충고생 인성교육 소용 없디"

연합뉴스

지난 7월17일 국회 앞에서 열린 국회의원 특권 폐지 촉구 집회에서 머리로 송판을 깨는 87세 원로배우 조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한 여중생은 2박 3일간 진행되는 학교 수련회에 가지 못했다. 어렵게 돈을 벌고 있는 홀어머니에게 수련회비 30만원을 달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어머니한테 집단생활이 싫어서 수련회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 아이는 수련회 기간에 학교에 나와서 자습했다.

한국에 힘들게 사는 국민은 많다.

1천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은 월평균 2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비정규직 김용균은 5년 전 심야에 홀로 일하다 몸통과 머리가 분리돼 숨졌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일하다 숨지는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그때만 잠시 여론의 관심을 받을 뿐이다.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생계를 버린 부모들, 홀로 죽었을 때 장례를 걱정하는 무연고자들, 아기 때와 성장기는 물론, 성인이 돼서도 고통스럽게 사는 장애인과 고아들, 남의 나라에 와서 성폭행당하고 임금 빼앗기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

우리 사회 곳곳에 고통받는 사람이 많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안정된 삶보다는 다음 총선에서 자신이 공천받아 재선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일부 유권자들과 언론들마저 진영논리에 빠져 죽기 살기로 싸운다. 국민보다는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들을 지원하거나 방어하느라 바쁘다. 평균 재산 34억 원에다 1억5천만 원의 연봉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큰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마저 못 느낀다.

일부 정치 팬덤 구성원은 20대의 젊은 여성 정치인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성적인 욕설을 문자로 보낸다. 자기들과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에서는 권력을 가진 사람과, 권력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정당 간에 이념적, 정책적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 간 싸움을 붙여놨다. 안타깝게도 상당수 국민은 그걸 깨닫지 못한다.

연합뉴스는 작년 9월부터 [삶]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아래는 그동안 보도했던 [삶] 인터뷰 내용 가운데 정치 관련 부분을 모은 것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장기표 대표
[촬영 이건희]



'영원한 재야' 장기표(77)는 지난 4월부터 특권폐지국민운동분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한국 국회의원들이 180여가지에 달하는 온갖 특권을 누리면서 국민을 위해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는 점에서 분노하는 사람이다.

장 대표는 "한국의 초중고교는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하고 있는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 전과자들이 출세하는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생활하라고 교육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국회의원들은 파렴치한 범죄, 부패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면서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연간 1억5천만 원 정도인데, 1인당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는 헬스장, 병원, 한의원, 약국, 목욕탕 등 다양한 시설이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무료로 사용한다"며 "이곳의 병원에서는 국회의원 가족도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개탄했다.

장 대표는 "팬덤 정치 때문에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면서 "당론에 반대되는 의견을 냈다고 해서 수만 건의 문자 폭탄을 보내고, 심하게 모욕하는 것은 전체주의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독일의 히틀러는 국민 지지를 받은 사람으로, 쿠데타가 아닌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권을 유린하고 자유를 봉쇄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재련 변호사



김재련(50) 변호사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법률대리인이다.

진영논리에 빠져 사리 판단이 거의 불가능해진 한국 정치에 대해 그도 개탄했다.

김 변호사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법치주의 국가에서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법에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그런데도 3년여간 2차 가해가 이어지는 것은 정치인들에게 근본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님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민주당의 플래카드는 지지자들에게 피해자를 마음껏 공격해도 좋다는 시그널이었고, 그것이 2차 가해의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안희정 사건, 현직 검사 미투 사건에서도 정치인들은 진영논리로 사안을 바라봤다"면서 "민주당은 그동안의 2차 가해에 대해 사과하고, 지지자들에게 지금이라도 멈추라는 메시지를 명확한 언어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박원순 사건 피해자 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피해자를 위해, 더욱 나은 세상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리도 없이, 과거의 발언과 상관없이 일단 무조건 공격하고, 싸우고 보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한 여성 원로배우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가 코미디보다 못한데도 대한민국이 이렇게 유지되는 것은 국민이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정치인들은 그냥 싸운다"면서 "진영논리에 매몰돼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이러하니 국민은 피곤하다"면서 "자기들 돈으로 싸운다면 상관없는데,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정치 놀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건희 촬영]



김미숙(53)은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용균은 김미숙 이사장의 외아들이었는데, 2018년 12월 11일 새벽 서부발전 컨베이어 벨트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24세였고 이곳에 취업한 지 3개월 만이었다.

김용균은 발견 당시 머리와 몸통이 분리돼 있었다. 김미숙은 영안실 바닥에서 뒹굴면서 통곡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이 크다고 했다. 아들 용균이 다녔던 서부발전에서는 비정규직 1명의 목숨값이 정규직의 절반으로 계산됐다고 했다.

그는 "산재 사고가 없으면 나라에서 세금혜택을 주는데, 서부발전은 5년간 20억 원을 받았다"면서 "위험한 일을 하도급 회사에 떠넘겼기에 노동자가 많이 죽어도, 원청에는 아무도 안 죽은 것처럼 기록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받은 20억 원은 원청 정규직 직원들이 성과금으로 나눠 가졌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용균이 다녔던 회사의 경우, 정규직이 다니는 길은 환했는데, 비정규직이 다니는 길은 가로등이 희미했다고 했다. 정규직 식당은 따로 있었고, 식사 내용물도 비정규직과 달랐다고 했다. 심지어 캐비닛 크기도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이렇게 1천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들이 고통을 받고 있으나 정치인들은 관심이 없다"면서 "4년간 노동운동을 하면서 그걸 확실히 알았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등 힘 있는 사람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면서 국민 이익보다는 자기들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윤여준
[촬영 이건희]



윤여준(83)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공보수석과 환경부 장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정치 평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말이 안 되는 제도라고 했다.

윤 전 장관은 "불체포 특권은 권위주의 정권 때 권력자를 비판하면 잡아가니 그걸 막기 위해 만든 제도"라면서 "이미 옛날에 없어져야 했던 제도"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봉사직인데 특권 계급이 됐다"면서 "유럽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거의 하숙하다시피 하는 국회의원들도 많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역주의는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조장한 결과"라면서 "그쪽에 기반을 둔 정치 지도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서 그렇게 했는데, 이는 한국 정치의 비극"이라고 했다.

윤 전 장관은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정치화된 것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그는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충실히 하고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보다 줄을 대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됐다"면서 "업무 능력은 없는데도 연줄을 댄 사람이 승진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고도로 세련된 지도자가 아니면 공직사회의 자발성을 끌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공직기강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촬영 이건희]



박지현(27)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한국 정치에 대해 답답해하는 사람이다.

그는 "비대위원장 82일의 짧은 기간에 정치 경험을 깊이 했다"면서 "거대 양당이 싸우는 것이 국민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변화하겠다, 혁신하겠다, 개혁하겠다는 말은 계속하는데, 항상 말로만 끝났다"고 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팬덤 '개딸'은 2030 여성으로 시작됐으나 이제는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으로 보면 된다"면서 "자신들 의견에 반대한다고 해서 나는 하루에 1만 건의 문자 폭탄을 받은 적이 있고, 지금까지 받은 것은 적어도 10만 건은 된다"고 했다.

문자 폭탄 내용에는 이루 표현하기도 곤란한 성적인 욕설도 많이 들어있다고 했다. (윤근영 기자가 인터뷰 도중에 일부 문자 내용을 직접 확인했는데, 상상할 수도 없는 성적인 욕설이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정치구조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는 돈이 많은 사람들만이 정치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정치인 중에는 부자들이 많으며, 지역구 의원 중에서는 지방에 살면서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들은 기업인들과 밥 먹고 대화하고 그들로부터 이익을 보게 되니 비정규직을 비롯한 소외계층에 관해 관심이 없다"면서 "국회의원 중에서는 저런 사람이 왜 의원인지, 저런 사람은 다음에 꼭 탈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586 정치인들은 물러나고 그 자리에 청년들이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정호승 시인
[촬영 정한솔]



정호승(73) 시인은 한국의 정치가 다른 분야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각 분야의 전반적 수준이 올라갔으나 정치는 낙후됐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은 국민 이익을 구한다는 핑계로 자기의 집단적 이익만을 추구한다"면서 "정치가 진영논리에 함몰돼 진실과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시인은 진실과 사실, 정의를 외면하는 것은 거짓이고 이기주의라고 말했다.

그는 "진영을 따지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사실인지, 그것을 찾아내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서 "나는 시인으로서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현정화 감독
[정한솔 촬영]



현정화(53) 마사회 탁구 감독도 정치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출마하라는 제안이 많았지만, 정치는 하고 싶지 않다"면서 "정치에서 안 좋은 모습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 감독은 "정치인들이 싸움만 계속하고 있는데, 이들의 행태는 바뀔 것 같지 않아 점점 싫어진다"면서 "나는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국민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59)은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왜 면책받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요즘 국회의원들의 범죄는 권력에 대한 저항보다는 횡령죄, 배임죄 같은 것이 많은데, 이런 범죄에 대해 책임을 면제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전순옥 전 의원
[정한솔 촬영]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70)은 국회의원들이 왜 정치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는 지역에 신경을 전혀 안 쓰던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얼마 따냈다고 플래카드를 걸어놓는데,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정치인들은 정치를 왜 하는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독일식, 핀란드식 사회민주주의가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가난하다고 해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 자기 분야에서 노력했다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대우받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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