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군사 부차관보. 미 국방부 홈페이지 |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군사 부차관보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한국일보와 화상인터뷰에서 "인도·태평양 권역에서 한국의 최우선 안보의제는 북한이지만 미국은 중국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이해관계 차이를 인정하고 한미 양국이 군사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설령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한국의 동의 없이 주한미군을 보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전 세계를 상대로 군대를 운영하는 미국으로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 군사력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주한미군의 임무수행 범위를 한반도에 국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정부 시절 군사전략과 국방기획지침 등을 작성하는 데 깊숙이 관여한 전략통이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군사 부차관보. 줌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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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현재 중국은 대만이 완전히 통제하에 들어온다는 것을 전제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며 "여기에 솔로몬제도, 파키스탄, 미얀마, 아프리카 해안국,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연대해 미 서태평양 전선과 대치하는 구도를 짜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중국의 공군·해군력은 양적 측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다.
한국은 그간 북한의 도발위협과 한중관계 등을 감안해 대만의 유사시 상황과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다. 북한 공격에 자동개입하는 인계철선으로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의 최우선 임무도 대북억제에 맞춰졌다.
하지만 콜비 전 부차관보는 "군사적으로 중국의 도발을 격퇴하면 북한도 억제할 수 있지만, 반대로 북한을 억제한다고 해서 중국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주변부 전쟁(peripheral war)이 아니라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조직적 전쟁(systematic war)이 될 것이기 때문에 대만 유사시 사태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제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공격하는 사태 초기에 '소방수'로서 대만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주한미군의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인도·태평양 권역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한다면 주한미군을 포함해 태평양 권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모두 중국의 타깃이 될 것"이라며 "논리적으로도 한국이 인태지역 억지에 관여하는 게 이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13일 한국 공군의 F-15K와 미 공군의 F-16, 미 B-52H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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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그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을 넘어 한국군의 개입까지 주장하는 건 아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한국군은 북한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해야 하고 그것이 한국군의 최우선 임무가 돼야 한다"며 "다만 주한미군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대만 유사시 미국이 큰 힘을 쓰지 못한다면 그 여파는 태평양 일대 전역으로 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만해협과 한반도에서 동시 전쟁이 발발하는 상황이라도 주한미군의 전력을 북한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한국의 고민을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좀 더 넓은 시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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