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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소주 1000원 시대?...자영업자 “물가 다 올랐는데 어떻게 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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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식당·마트 주류 할인 허용

대형마트는 소비자 유인효과 기대

“구입 가격보다 싸게요? 우리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어떻게 더 싸게 내줘요.” (서울 종로구 음식점 가게 사장 A씨)

정부의 주류 가격 할인 판매 방침이 시행됐지만 현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술집 등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주류 가격 경쟁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나오는 반면, 대형마트 측에선 소비자 유인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소매업자들은 소주 1병에 1500원, 맥주 1병에 2000원에 사서 이보다 낮은 가격에도 팔 수 있게 됐지만, 지난 3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시내 음식점들을 돌아본 결과 정부의 고시대로 술값을 할인 판매하는 음식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행 국세청 고시는 소매업자가 주류를 구입 가격 이하로 팔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번에 “경쟁자를 시장에서 배제하려는 목적의 덤핑이나, 거래처에 할인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를 제외한 정상적인 소매업자의 주류 할인 판매는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냈다. 시장 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소매업자들이 술값을 자율적으로 정해 판매하도록 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술값 할인 압박까지 받아야 하냐고 토로했다. 식당주 A(48)씨는 “요새 인건비, 전기세, 식자재 가격 다 올랐는데, 여기서 술값을 더 내리라는 거는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다 비슷하게 팔고 있는데 누구 하나 낮춰서 팔겠나”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이런 정책을 발표했다고 해도 업계에서는 실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에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음식 가격에서 마진을 남기기 힘들어서 주류로 손해를 메꾸는 형식이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를 우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다. 대규모 유통망을 보유한 대형 업체일수록 할인판매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할인한 주류 제품과 함께 묶어서 ‘유인상품’으로 판매하는 등 추가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고객 유치라든던지 전체적인 기대효과 등도 따져보는 중이며 이에 대해 제조업체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매는 허용하고 소매는 허용하지 않았던 비대칭적 구조에서 차별을 없앴으니 (소매 주류 할인 판매는)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소매업자에게도 재량권을 줘서 주변 업계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가격경쟁을 일으킨다면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류 할인 판매에 찬성이지만, 경쟁력이 부족한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고물가 시대에 술값까지 할인 판매를 반강제적으로 하게 되면 경쟁력이 더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목희·박혜원 기자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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