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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어른 되자마자 빚에 허덕 … 20대 연체율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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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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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안 갚거나 못 갚는 20대가 급증하고 있다. 20대 이하 청년층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소액생계비대출·햇살론 등 정부 지원 대출에서도 20대 연체율이 제일 높다. 소득 기반이 취약하고 금융 지식이 부족한 청년들이 상환 능력보다 많이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이라고 무턱대고 대출을 내주지 말고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7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은 0.44%로 집계됐다.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은행) 대출을 분석한 자료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3분기 이후 최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5년 사이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저금리 등으로 20대의 대출과 연체액이 급증한 것으로 미뤄볼 때 연체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30대·40대·50대·60세 이상 연령층의 연체율은 2분기 말 기준 각각 0.17%, 0.21%, 0.20%, 0.21%였다.

통상 대출잔액이 빠르게 늘면 연체율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20대 연체율은 빚이 늘어나는 동안 오히려 올랐다.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34조2500억원으로 2018년 9월 말(13조4700억원)의 2.54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해당 연령대의 연체액은 2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7.5배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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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9세 이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분기 말 기준 20.0%로 전 연령 연체율의 100배에 육박한다. 2022년 1분기 말까지 0%였던 19세 이하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말(12.5%)부터 급증했다. 19세 이하가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이 대부분이다. 청년층 전세보증금·월세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만 19세 이상~34세 이하 청년 중 '무소득자'에게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로 학생이나 비정규직 청년이 원룸 등의 전·월세를 얻기 위해 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다"며 "직업이 없거나 일정하지 않고 금융과 신용에 대한 개념도 희박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대 재무 상황도 심각하다. 이른바 '영끌'을 위한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다른 대출도 안 갚고 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액생계비대출 출시 두 달간 20대 이하의 이자 미납률은 21.7%로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제도로 지난 3월 말 시작됐다.

20대가 빚을 안 갚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소득이 불안정하고 주거비 부담이 높다 보니 못 갚는 사례가 많다. 여기에 영끌과 빚투 성향, 소득 대비 과도한 지출과 '대출부터 받고 보자'는 행태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청년층 사이에서도 20대 연체에 대한 여론이 좋지만은 않다. 20대 대출은 '무계획 대출'로 불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청년 대출에 대해서도 대출과 상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 흐름이 취약해 대출을 받아도 갚지 못하는 20대가 많다. 저소득 청년에게는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고, 대출 지원은 소득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 하는 게 더 낫다"고 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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