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율 높이려는 '실적 쌓기용' 지적
국회 본회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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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말 '2023년 세법개정안'을 내놓자 공교롭게도 정부안과 같거나 비슷한 법안이 연이어 발의됐다. 해당 의원 측은 정부 발표 이전부터 준비하던 법안이라는 입장이나, 법안 통과율을 높이기 위한 '꼼수 입법'이란 지적도 있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31일 올해 일몰 예정인 농·어·임업용 석유류 부가가치세 면제를 3년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의 조특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담긴 내용과 사실상 같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대표 발의한 조특법 개정안 역시 세법개정안과 대동소이하다. 이 법안은 공익사업에 따른 물류시설 이전 시 양도소득세 과세특례 적용 기한을 올해 말에서 2026년 말로 늘리는 게 골자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2일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도 세법개정안과 닮았다. 기재부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출산, 보육수당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각각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정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는 정부안과 같이 20만 원으로 올리고, 출산 수당은 전액 비과세를 추진한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7일 내놓은 자녀장려금 확대 법안도 세법개정안과 비슷하다. 기재부는 자녀장려금 신청 가구의 소득 상한선과 최대 지급액을 각각 4,000만→7,000만 원, 80만→100만 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소득 상한선, 최대 지급액을 각각 8,000만 원, 200만 원으로 높이겠다는 한 의원의 구상은 정부안을 연상하게 한다.
관련 의원 측은 세법개정안 발표 직후 발의한 법안이 자체적으로 준비해 오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기재부뿐 아니라 지역구 의원에게 동시에 세법 개정을 요청하는 이익단체가 적지 않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정부안에 이어 비슷한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꼭 '복붙(복사+붙여놓기)'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는 얘기다.
정성호 의원실 관계자는 "출산, 보육수당 비과세 확대 법안은 6월에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의원실 일정 때문에 이달 초 발의했고 정부안과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실 관계자도 "해당 법안은 정부 세법개정안이 발표하기 전인 6월 말에 작업한 것"이라며 "입법조사처 법률 검토 등 법인의 실효성, 타당성을 검토하려면 최종 발의까지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법안을 '실적 쌓기용'이라면서 수상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세법개정안과 같거나 비슷한 법안은 국회 처리 가능성이 커, 법안 통과율을 올리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입법 실적을 반영하는 등 법안 통과율은 국회의원이 사활을 거는 사안 중 하나다. 한 국회 보좌진은 "특히 일몰 기한을 늘리는 조특법 개정안이 정부안과 비슷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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