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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조직신뢰 위기에 '배수진' LH 전부 싹 바꾼다…'조직개편'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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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누락 단지 추가 발견되자 전 임원 '사직서' 제출

업무 이관·인적쇄신 등 조직개편…외부 힘도 빌린다

뉴스1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임원진들이 11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3.8.11/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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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무량판 구조 철근누락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체 임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받았다. 이한준 LH 사장 역시 거취는 인사권자 뜻에 따르겠다며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량판 구조 아파트의 철근 부실 단지가 연이어 발견되는 등 조직에 대한 대국민 신뢰가 저하하자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업무는 다른 기관에 이관하는 형태로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했는데,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과도해선 안된다고 설명한다.

◇이한준 "거취 정부의 뜻 따르겠다"…신뢰 회복 위해 배수진

11일 이한준 LH 사장은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LH의 근본적 혁신을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받고 새로운 인사를 통해 LH를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도 말했다. 취임한 지 약 9개월여 만이다.

철근누락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이 사장이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가 뒤늦게 발견된 것이 발단이 됐다.

앞서 LH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단지를 91곳이라며, 전수조사를 실시했다고 했으나 10개 단지가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LH가) 무언가에 씌어도 단단히 씌었다"며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불과 이틀여 뒤 5개 단지에서 추가적인 철근 누락까지 발견되며,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단지는 20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사장은 조직문화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LH는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되면서 탄생한 조직인데 아직까지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통합을 시킨 것은 맞다고 보지만 제대로 된 통합이면 좋았을 텐데 무늬만 통합됐다"며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게 구조설계 견적인데 통합 이래 이 보직을 건축직이 아닌 토목직이 맡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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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후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위치한 LH 아파트 무량판 철근 누락 보강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23.8.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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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해체' 식 접근은 곤란…"시스템 개선이 우선"

우선 이 사장은 그동안 인적 쇄신과 조직개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LH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진 만큼 자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기보다 외부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감사원의 조사·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혁신을 추진한다.

택지개발과 주택공급, 주거복지를 제외한 불필요한 업무도 모두 떼어낸다. 비대해진 조직을 축소하기 위한 조처로, 정부와 협의를 거쳐서 민간에 열든지 다른 기관에 이관할 방침이다.

다만 불필요한 업무의 이관이라는 큰 줄기 외에는 아직 조직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 자체가 정해지진 않았다.

지난 2021년 LH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태 당시에는 △주택·주거복지와 토지 부문 병렬분리 △주거복지와 주택·토지 병렬분리 △주거복지와 주택·토지 수직분리의 세 가지 안의 조직개편안이 검토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나친 조직개편은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관된 업무가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수십년간 쌓아온 LH의 노하우가 사라지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LH가 가진 업무를 이것저것 다 넘기게 되면 대체할 조직을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이 또 들어가게 된다"며 "핵심은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 이런 고리를 끊어낼 것인지다. 해당 업무를 하지 않으면 된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물론 분리해야 할 업무는 분리해야겠지만 조직이 비대하니 무조건 축소해야 한다 또는 해체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며 "비리 등은 법적인 문제로 조직개편과는 별개다. LH가 본연의 역할을 하며 존속할 수 있도록 재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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