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휴대폰 판매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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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직장인 김모씨는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 Z플립5를 구매하고자 대리점에 갔다. 그는 최신 휴대폰을 사용해 단말기 비용을 높이는 대신, 기존에 쓰던 5G(5세대 이동통신)요금제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LTE(4세대 이동통신)요금제로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대리점에서 돌아온 답변은 “통신사에서 개통하는 5G 폰은 아직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없다”였다.
지난달 정부가 이용자들이 단말기 종류와 관계없이 LTE와 5G 요금제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발표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를 체감할 수 없다. 특히 이달부터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Z플립5와 Z폴드5 사전판매가 시작되며 단말기를 신규 개통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지만, LTE 요금제를 이용하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김씨 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 김씨는 “정부안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5G 단말기를 LTE요금제로 개통이 안 된다는 것은 결국 정부가 보여주기식 정책을 펼친 것 아니냐”며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단말기 교체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현실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여전히 5G 단말기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를 통해 개통한 소비자는 LTE요금제를 사용할 수 없다. 이달부터 사전예약을 받은 갤럭시 Z플립5와 Z폴드5를 통신3사를 통해 개통한 소비자 역시 5G 요금제만 이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7월 6일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에 “5G 요금제 가입을 강제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이용자가 단말의 종류와 관계없이 LTE와 5G 요금제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도록 요금제 선택권을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아직은 이 같은 안이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자급제폰(가전매장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통신 개통이 안 된 스마트폰)으로 구매한 5G 단말기만 LTE 요금제로 개통할 수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안을 내놓은 것은 올해 2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고물가시대에 가구당(1인 가구 이상) 월평균 통신비가 13만원에 달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졌다. 특히 소비자들은 LTE를 사용할 때랑 속도 측면에서는 획기적 차이를 느끼지 못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더 비싼 5G 요금제를 가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획기적 속도 차이를 못 느끼는 것은 통신사들이 5G를 상용화하면서 일제히 3.5㎓ 주파수만 구축하고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광고한 것을 현실화해 줄 28㎓ 주파수 구축에는 투자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통신 3사로부터는 28㎓ 주파수를 회수하면서 이들이 5G 요금제 가입을 강제하는 행위를 방지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5G 단말기로 LTE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업계가 자발적으로 약관을 변경하는 안 혹은 입법과정을 통해 강제하는 안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5G요금제가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이 높은 만큼, 높은 수익을 위해 현 시스템을 바꾸고 싶지 않고,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부담을 줄이고 싶은 정부는 입법보다는 가급적이면 업계가 이를 자발적으로 개선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선안에 대해 아직 사업자들과 논의 중”이라며 “결국 5G 단말기로 LTE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은 통신요금을 낮추기 위해서인데 통신사와 5G 요금제 시작 가격 자체를 낮추는 방향을 병행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는 이통사 3사를 통해 플립5나 폴드5를 개통할 때 LTE요금제를 쓸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시스템적인 사안”이라 말했다.
정부와 업계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사이 소비자들의 실망은 커지고 있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정부가 5G 단말기로 LTE요금제를 쓸 수 있다는 개선안을 발표했으면 이것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빠르게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한 달 넘게 조율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실망감은 커졌다”며 “통신사도 수익성 높은 5G 가입자 유치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통신업계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결국 5G 요금제 가입자 유치가 늘어난 통신사만 배불렸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TE요금제를 선택하더라도 5G요금제를 선택할 때와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제공해야 실질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 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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