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수리 4명 사실상 임기 끝
‘전관예우 업체’와 추가계약도
최동수·산업2부 |
“상임이사(임원)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받았다. 제 거취도 정부 뜻에 따르겠다. … 모든 열정을 바쳐 LH를 혁신해 나가겠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이달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고개를 숙였다.
철근 누락 단지 5곳을 알고도 발표하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그는 “안일하고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LH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사장은 이날 임원 5명 중 4명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했다. 조직 쇄신의 첫 상징적 조치로 각 부문 수장인 임원들을 퇴임시켰다는 것.
하지만 확인 결과 이날 사표를 제출한 4명 중 2명은 이미 임기가 끝나 있었고, 나머지 2명은 다음 달 임기 만료였다. 다른 임원 1명은 취임 만 4개월이 지나 사표는 받되 수리하지 않았다. 임기가 사실상 끝난 임원들이 사임한 것이다. 당장의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임원들을 ‘꼼수 사퇴’ 시킨 게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LH는 철근 누락 단지와 관련한 엉터리 조사와 대응으로 되레 국민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전수조사 대상 단지가 당초 91곳이라 했는데 이달 9일 10곳이 빠져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틀 뒤인 11일엔 단지 1곳이 또 빠졌다며 전수조사 대상 단지를 102곳으로 수정했다. 철근이 빠진 단지도 당초 발표한 15곳이 아니라 20곳이었다.
사태는 점입가경이지만 정작 LH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LH는 전관특혜로 집중포화를 받는 와중에 문제 업체와 추가로 계약하기도 했다. LH는 이달 31일 ‘철근 누락’ 단지명을 공개한 뒤 보름간 설계와 감리 등 6건에 대한 입찰을 했는데 모두 LH 전관업체가 따 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LH는 전관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했다. 결국 충남 세종조치원, 대전죽동2 등의 단지 용역이 애꿎게 중단됐다. 공공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LH는 2021년 땅 투기 사태 때 상임이사 4명을 교체하며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당시도 2명은 임기가 9일 남아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도 사표를 냈다는 상임이사 임기를 이 사장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러고도 혁신하겠다며 임원진 사표를 내세운 것이야말로 안일하고 어이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혁신을 외치지만 달라진 건 없는 듯하다.
최동수 산업2부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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