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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뚝' 뿔난 미국인…"내 세금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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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납세자, 부동산 하락에 울상

시 당국에 자산 재평가·세금 감면 요구

지방정부도 '세수 절벽' 우려

미국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서 집값이 높기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소유주들이 시 당국에 자산 재평가와 세금 감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반영해 세금도 줄여달라는 것으로, 미 지방정부의 '세수 절벽'이 예상된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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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블룸버그 통신은 시 당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샌프란시스코 납세자들이 지난 6월 말로 끝나는 회계연도 1년간 총 600억달러(약 80조3000억원) 이상의 자산에 대해 평균 48%의 세금 감면을 시에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토지나 건물 가격이 하락한 만큼 부동산 가치를 재평가해 세금을 줄여달라는 게 납세자들의 요구다.

시 위원회는 지난 1년간 납세자가 제기한 2420건의 요청을 심리했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에 대해 세금 감면 결정을 내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앞으로도 납세자들의 항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향후 회계연도 2년간 1억6700만달러(약 2240억원)의 부동산 세금을 환급해 줘야 한다고 가정해 최근 예산을 편성했다.

브룩필드, 블랙스톤 등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운용사들도 시 당국에 자산 재평가와 세금 감면을 요청했다. 인디펜던트 택스 레프리젠터티브는 고객들을 대리해 지난해 110억달러어치(약 14조7200억원)의 부동산에 대한 이 같은 조치를 시 당국에 요구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마크 옹은 "마치 소방 호스에서 물을 마시는 것처럼 (시 당국에 대한 세금 감면 요구가) 많았다"며 "37년간 이 일을 했지만 이런 해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오랜 기간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가 늘어났고 가격도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시작된 연방준비제도(Fed)의 급속한 금리인상 이후 빠르게 침체됐다. 지난 1년여간 이자율 상승으로 주거용·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오피스를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크게 상승하며 부동산 시장의 부실 뇌관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소재 오피스 빌딩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대비 최대 60%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연체와 부실도 늘고 있다. 실제로 기관 투자자인 퍼시픽투자관리가 관리하는 샌프란시스코 최대 쇼핑몰과 호텔 2곳, 오피스 빌딩 2곳의 소유주들은 올해 담보대출 상환을 중단했다. 샌프란시스코 주택 중위가격 역시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주거용 주택 판매량은 17% 줄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샌프란시스코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 뉴욕대와 컬럼비아대는 공동 연구를 통해 뉴욕 오피스 가격이 원격근무 영향으로 2029년까지 팬데믹 이전보다 44%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시 부동산 세수는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로스앤젤레스, 시카코, 뉴욕 부동산 소유주들도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시 당국에 부동산 가치 재평가 및 세 감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로펌인 크레이머 레빈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제이 A. 네블로프는 "뉴욕에선 모든 사람이 세금에 항의한다"며 "이는 통행권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정말로 (항의가) 정당하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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