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명 운집 집회 5주째 이어가며 저력
교육당국에 제시할 정책 대안까지 마련
노조 주도 교직사회 집단행동 양상 변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무법지대에서 교육안전지대로 국회 입법 촉구 추모 집회에 참가한 전국 교사들이 교사의 억울한 죽음 진상 규명, 아동학대 관련 법 9월 4일까지 개정, 실효적인 민원처리 시스템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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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을 계기로 전국 일선 교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결집해 한 달 넘게 교권 회복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 수십 명이 방학을 반납하고 의기투합해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공동 집필하는가 하면, 5주 연속 주말 대규모 집회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해내고 있다. 교원단체나 노조가 주도하던 종전 방식과는 결이 다른, 교직사회의 새로운 집단행동 양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이 이번 투쟁 국면에서 교사들의 결집력을 끌어올리는 '온라인 광장'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동안 수업자료 공유가 목적이던 인디스쿨 게시판은 서이초 교사 사망 직후 전국 교사들의 추모 동참을 이끄는 플랫폼으로 기능했다.
서이초 사건 진상 규명과 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교사들의 자발적 집회 역시 인디스쿨이 발판이 됐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첫 집회를 시작으로 교사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한 이달 19일 5차 집회까지, 방학 기간임에도 5주 연속 대규모 주말 집회가 이어졌다. 집회는 다음 달 4일 서이초 교사의 49재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교원노조 소속인 10년 차 교사는 "다섯 차례 집회는 특정 노조나 교원단체가 아니라 일선 교사 개개인이 커뮤니티에 제안하면서 전국 단위로 확산되는 양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도 "정치적 구호를 빼고 교권 침해 문제만 제기하는 것을 보고 과거 전교조 등 특정 노조나 단체가 교직 사회를 주도하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인디스쿨을 통해 결성된 일선 교사 80여 명의 '현장교사 정책 전담팀(TF)'은 21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한다. 일면식도 없던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뭉쳐 20일 넘게 설문조사와 밤샘 화상회의, 연구과제 분석에 매달린 결과물이다.
10년 차 초등교사인 최서연씨가 지난달 30일 인디스쿨에 정책TF 모집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대규모 TF가 꾸려졌다. 무너진 교권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선 교사들이 직접 정책 연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교사 커뮤니티 등에 퍼지면서 TF가 이달 4~6일(1차)과 12~13일(2차) 진행한 설문조사는 각각 교원 2만1,000여 명과 1만6,000여 명 등 총 3만8,000여 명이 응답하고 개인 의견도 상세히 서술하는 등 호응이 컸다고 한다.
보고서는 A4용지 300쪽 분량으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대응 △문제행동 학생 지도 방법 부재 △교사에게 쏠린 민원처리 시스템 △학교폭력 처리 대응을 4대 과제로 선정하고 문제 분석 및 개선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또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대책으로 기관별·단계별로 세분한 대응 매뉴얼, 문제행동 학생의 단계별 체크리스트 및 조치 사항, 한눈에 보는 문제행동 대처 매뉴얼까지 담겨 눈길을 끈다.
TF 총괄팀장을 맡은 최서연 교사는 19일 본지와 통화에서 "현장 교사들이 학교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우선 정책 과제 4가지를 꼽고 사안별로 팀을 가동했다"며 "현장 목소리를 충실히 담은 보고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TF팀은 21일 교육부와의 간담회에서 보고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런 집단적 움직임에 교사들 스스로도 "모범생들은 뭉치지 않는다는 공식이 깨졌다"는 반응을 보인다. TF 구성원들은 그동안 교사 개개인이 혼자 감당해온 고통과 설움이 분출되면서 이런 결집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서연 교사는 "(교육계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크지만 저를 포함한 교사들은 바꾸려 하기보단 참다가 병이 생기거나 교직을 떠날 생각만 했다"며 "이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마음이 모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교권 운동이 특정 조직의 주도가 아니라 교사 개개인의 참여 확산 형태로 진행되는 배경을 두고는 "특정 단체가 아니라 교직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 같이 목소리를 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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