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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이슈 5세대 이동통신

5G '절반의 성공' 다운로드 속도는 세계 최고 킬러콘텐츠 없어 차별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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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4월 3일. 국내 통신업계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다음 날인 4월 4일 5G 서비스를 개시한 것을 감안하면 단 하루 차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미국 법인에서 버라이즌의 5G 서비스 개시일을 알고 우리 정부에 귀띔해줬다. 당시 정부와 업계는 이보다 하루라도 더 출시일을 앞당기려고 노력했고 그 덕분에 5G 세계 최초 상용화가 가능했다"고 회고했다. 그 이후 4년5개월이 지난 현재 국내 5G 성적표는 어떨까? 대체적인 평가는 '절반의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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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국보다 2배 빠른 한국 5G

현재 국내 5G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6월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발간한 '전 세계 5G 경험(Experience)' 보고서에 따르면 5G 다운로드·가용성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은 1~2등을 차지했다. 국내 5G 다운로드 평균 속도는 432.5Mbps로 일본(156.5Mbps), 미국(138.2Mbps), 영국(124.4Mbps)에 비해 한참 앞섰다.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5G 품질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한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인구가 5000만명밖에 안 되는데 미국과 같은 통신 3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통신 분야에 과잉투자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5G 품질과 인재 풀 덕분에 국내 시장이 크지 않아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너도나도 한국에 입점해 있다. 통신 분야 과잉투자가 한국을 글로벌 테스트베드 기지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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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같은 과잉투자는 소비자의 과도한 통신비 지출로 이어졌다. 최근 자료는 없지만 2010년대 초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봐도 국내 가계통신비 지출은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이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5G 품질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국가 전체적 차원에선 글로벌 IT 기업 유치, 관련 인재 및 스타트업 육성 등의 긍정적인 효과 또한 도출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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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만 많고, 정작 5G장비론 큰돈 못벌어

하지만 반대편에서 봤을 땐 실패라는 평가도 있다. 우선 5G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불신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LTE(4G)에 비해 5G가 높은 요금을 받았음에도 5G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없었다. 이동통신 업계 국내 1위인 SK텔레콤은 최근 6G백서를 발간하며 "LTE 땐 3G에서 불가능했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유튜브, 넷플릭스 등 실시간 동영상) 이용이 가능해져 차세대 통신이 다르다는 소비자 체감이 컸지만, 5G는 그럴 만한 킬러 서비스가 없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5G 상용화 준비 단계부터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확장현실(XR), 홀로그램, 디지털 트윈 등이 5G 시대 킬러 콘텐츠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들 중 제대로 구현된 건 없다. 통신 인프라스트럭처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영향도 있겠지만 관련 디바이스(기기),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이 모두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5G 과장광고로 336억원의 과징금을 통신 3사에 부여한 것도 이 같은 소비자 불만을 의식해서다.

더 큰 문제는 산업적 전략에서 실패했다는 데 있다. 통신업은 통신 서비스(이동통신사)와 통신장비(제조사)로 나뉜다. 국내에서 통신장비는 삼성전자 네트워크 부문이 주로 담당한다. 통신장비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 점유율이 LTE(4~5%)에서 5G(8%)로 넘어갈 때 소폭 오른 것을 제외하곤 그다지 큰 성과가 없다. 약 200조원의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여전히 1등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다. 화웨이는 연매출 약 115조원(2022년) 중 50조원을 통신장비로 벌어들이고 있고, 통신장비 소재·부품 연구개발(R&D)에만 매년 수조 원을 쓴다. 업계에선 화웨이 제품이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 등 타사 대비 약 40% 저렴하면서 성능이 1.5배란 이야기가 나온다. 한 통신장비 업계 고위 관계자는 "당초 삼성전자는 돈 안 되는 네트워크 부문을 타사에 매각하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당시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하는 와중에 국내 통신장비사가 하나도 없으면 되겠냐고 다그치는 바람에 매각이 무산된 것으로 안다"며 "통신장비에 온전히 집중하는 국내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통신장비 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통신장비 산업에는 후방산업(안테나 등 부품 및 운용 소프트웨어), 본산업(기지국, 중계기 등), 전방 수요 산업(이동통신 서비스)이 있으며, 우리는 본산업인 통신장비에서 80점으로 중국(96.6점), 미국(92.4점), 스웨덴(88.5점) 등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위성통신 키우고, 핵심부품 국산화해야

이같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는 4년 반이 지난 현재 돌이켜보면 명암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2030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6G를 앞두고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우선 6G는 지상통신과 위성통신이 결합하는 '차세대 통신'이다.

국내 통신기술 연구를 총괄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방승찬 원장은 지난 7월 기자와 만나 "6G는 하늘에 통신 인프라가 깔리는 것"이라며 "6G 시대에는 모든 비행기에서 승객이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우리가 6G의 한 축이자 하늘 통신을 담당할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데 있다. 현재 전 세계 위성통신 1위 사업자인 스타링크가 저궤도 위성을 약 4000대 쏘아올렸고 그 뒤를 중국, 영국 등이 쫓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방 원장은 "미국·중국과 체급이 다르니 우리는 민군 겸용으로 200여 대 저궤도 위성을 쏘아올려 차세대 6G에 대비해야 한다"며 니치마켓(틈새시장) 전략을 강조했다. 한국은 전 지구를 다루는 저궤도 위성 2만여 대를 쏘아올릴 역량이 없다. 하지만 저궤도 위성이 2시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을 감안하면 저궤도 위성 200여 대를 발사하면 최소한 한국 그리고 우리 방산업체가 진출한 동남아시아, 폴란드 등 일부 국가는 다룰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선 약 6000억원 규모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절실하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차세대 통신표준인 오픈랜(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분리해 장비사에서 독립하려는 미국 주도 통신표준), 6G 시대에 대비해 이른바 통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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