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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스마트폰 소식

[스타트업 리포트] "스마트폰 버튼만 누르세요, 2초면 가상인간 만들어줘요" 가상인간 대중화 시대 연 이정진 폼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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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 제작도구 페이스폼 개발
고하르, 여리지와 유명 연예인들의 가상인간 선보여

이정진(36) 대표가 2021년 창업한 폼즈는 가상인간(버추얼 휴먼)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이다. 디지털 기술로 만든 가상인간은 사람과 똑같은 외모로 광고, 인터넷 전자상거래, 각종 영상 콘텐츠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누구나 손쉽게 가상인간을 이용하는 세상을 목표로 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가상인간을 만드는 이 대표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한국일보

이정진 폼즈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 스튜디오에서 AI로 개발한 가상인간을 배경에 띄운 채 가상인간 제작도구 '페이스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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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가상인간 위한 도구 개발


이 대표가 말하는 가상인간의 대중화란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 가상인간을 갖는 '1인 1가상인간' 세상이다. 이를 위해 그는 누구나 간단하게 가상인간을 만들 수 있는 도구 '페이스폼'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페이스폼이 2초 만에 가상인간을 만들어요.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가면을 쓰듯 가상인간을 내세워 부캐(부캐스트, 가상의 또 다른 자아를 뜻하는 말)로 활용할 수 있죠."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와 인터넷 웹서비스로 제공되는 페이스폼은 이용 방법이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변환 버튼을 누르면 AI가 2초 만에 사진을 토대로 촬영자와 닮은꼴의 가상인간을 만들어 준다. "저장한 사진을 이용해 가상인간을 만들 수도 있어요. 완성된 가상인간은 얼굴 크기나 눈, 코, 입 세부 조정이 가능해 원하는 얼굴로 만들 수 있죠."

아직 사진 형태의 가상인간만 가능하지만 조만간 동작도 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조만간 이용자의 얼굴과 동작을 실시간 가상인간으로 변환해 인터넷 생방송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생성적 대립신경망(GEN) 기술과 AI의 기계학습을 이용했다. "AI가 기계학습을 통해 사람의 눈, 코, 입 위치를 익힌 뒤 여기에 맞게 그림을 그려줘요. 이후 GEN 기술을 이용하면 AI가 생성된 이미지를 원본인지 아닌지 판별하면서 원본에 가깝게 다듬어가죠. 내부의 AI 개발팀이 1년 동안 개발한 기술입니다."
한국일보

폼즈에서 개발한 가상인간 고하르. 고하르는 현대백화점 울산점의 홍보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폼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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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르, 여리지와 유명 연예인 닮은꼴 가상인간 제작


이 대표의 또 다른 재미 있는 사업은 가상인간 제작 및 대여다. "기업들 의뢰를 받아 가상인간을 개발하거나 사전 제작해 놓은 가상인간을 빌려 줘요."

지금까지 이 대표는 현대백화점 울산점의 홍보 모델로 활동하는 고하르, 한국관광공사의 여리지 등 다수의 가상인간을 개발해 판매했다. "제주 출신의 젊은 여성으로 설정한 고하르는 여기저기 여행 다니며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백화점 상품을 홍보하죠."

고하르의 활동은 실제 제품 판매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고하르가 사진 속에서 착용한 옷이나 가방, 신발에 대해 많이 물어봐요. 여기에 답글을 달면서 제품 판매가 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고하르의 팬이 고스란히 현대백화점 팬으로 연결되는 효과가 있다. "고하르를 보기 위해 현대백화점의 SNS 계정을 계속 찾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죠."

국내외 유명 연예인들의 가상인간도 개발했다. 최근 공개된 슈퍼모델 출신의 유명 여배우를 닮은 가상인간과 인도의 톱스타를 가상인간으로 만들었다. 모 지상파 방송사는 이 대표가 개발하는 또 다른 유명 연예인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빼닮은 가상인간을 이용한 다큐멘터리 제작도 논의 중이다. "계약 관계상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유명 연예인의 가상인간들은 광고를 찍고 영상 콘텐츠를 촬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인도 톱스타의 가상인간은 인도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활용할 만하죠."

가상인간 대여 사업은 기업들이 사전에 제작해 놓은 가상인간을 빌려 쓰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여러 명의 가상인간을 만들어 놓았다. "월 15만~35만 원을 내면 원하는 가상인간을 빌려 쓸 수 있어요. 앞으로 성별, 인종별, 나이별로 다양한 가상인간들을 더 개발해 추가할 예정입니다."
한국일보

폼즈에서 개발한 한국관광공사의 가상인간 '여리지'. 폼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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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권과 팔이피플 문제 해결한 가상인간


각자 제작하는 가상인간의 가장 큰 장점은 비싼 초상권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가상인간은 사람보다 초상권 문제에서 자유롭다. "홍보나 판매에 도움이 되는 유명인들은 초상권이 비싸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이를 감당하기 힘들죠. 무명의 신인도 유명해지면 초상권 가격이 올라가지만 가상인간은 이런 문제가 없죠. 특히 이용자 얼굴로 가상인간을 만들어 주는 페이스폼을 활용하면 초상권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또 가상인간의 모델이 된 실제 유명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유명인의 잘못된 행동이나 말 때문에 광고모델로 기용한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죠. 통제 가능한 가상인간은 이런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팔이피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가상인간의 또 다른 장점이다. 팔이피플이란 인터넷에서 제품 판매를 위해 나서는 유명인(인플루언서)들을 말한다.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들은 기업과 협의해 공동 구매 형태로 SNS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비싼 인플루언서들의 수수료다. "인플루언서들이 나서면 2, 3일 만에 수억 원어치를 팔아요. 문제는 이들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판매액의 40~60%에 이르러요. 업체 입장에서는 배송비, 제조비 등을 떼고 나면 수익이 10%가 채 안 되기도 하죠."

그런데도 제품 판매를 위해 인플루언서들과 울며 겨자 먹기 식 계약을 한다. 이렇게 되면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원가를 줄여야 해서 품질이 떨어지고 결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팔이피플에게 돌아가는 비싼 수수료를 해결하려면 가상인간이 답이죠. 가상인간을 내세워 기업이 SNS에서 직접 판매하면 이런 문제가 없죠."

얼굴을 드러내기 원치 않는 사람들은 가상인간을 앞세워 신분 노출을 피할 수 있다. "개인 판매자의 경우 얼굴 노출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가상인간을 활용하면 익명으로 판매활동을 할 수 있어요."

일자리 위협과 딥페이크 우려


가상인간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위협과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 범죄 등에 악용하는 딥페이크는 동전의 양면 같은 가상인간의 그늘이다.

유명인뿐 아니라 무명 모델들도 가상인간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산업혁명 때 기계의 등장과 비슷해요. 가상인간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어요. 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물결이라고 생각해요. 피할 수 없다면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지 않으면 해외업체들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어요."

누구나 사진을 찍어 가상인간을 만드는 기술은 성인물 등에 악용될 수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해 이 대표는 가상인간을 성인물에 악용하면 걸러내는 장치를 개발했다. "가상인간을 만들어 성인물을 제작하면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발생하죠. 그래서 가상인간으로 성인물을 제작하면 이를 추적해 확인하는 장치를 만들었어요. 이를 통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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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진 폼즈 대표가 가상인간 제작도구 '페이스폼'의 사용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페이스폼은 인터뷰 도중 스마트폰으로 찍은 이 대표 사진을 이용해 2초 만에 여성 가상인간을 탄생시켰다. 안다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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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조종 자동차를 좋아했던 소년 "내가 팔이피플 피해자"


어려서 배터리로 작동하는 무선조종 자동차를 좋아했던 이 대표는 배터리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아주대에서 응용화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전기차의 등장과 함께 배터리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에 대학원 연구실에서 리튬배터리를 연구했는데 얄궂게도 2014년 유가가 바닥을 치면서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사업을 축소했다.

그 바람에 그는 2014년 동진쎄미켐이라는 디스플레이 업체 연구소에 취직했다. "배터리를 연구하고 싶었는데 디스플레이를 다뤘으니 재미없었죠. 마침 그때 중학교 동창의 제의로 식물성 화장품 회사 메리몽드를 창업했어요."

2018년 창업한 화장품 회사 메리몽드는 돈을 곧잘 벌었다. 그런데 유명 인플루언서와 계약을 맺었다가 팔이피플 문제가 터졌다. "계약을 맺은 유명 인플루언서가 극우 사이트 '일간 베스트'(일베)에서 활동하는 바람에 욕을 먹으면서 덩달아 제품을 팔지 못하게 됐어요. 졸지에 팔이피플의 피해자가 됐죠. 그 인플루언서는 단기간 최다 구독자 이탈자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였어요. 그 바람에 메리몽드를 그만두고 2021년 폼즈를 창업했어요."

아직까지 회사 실적은 미미하다. "지난해까지 적자였지만 올해 흑자를 예상합니다. 시장 확대를 위해 인재도 공격적으로 채용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맞춰 투자 유치도 추진한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씨앤티테크 등에서 누적으로 4억5,000만 원을 투자받았어요. 올해 20억 원을 목표로 시리즈A 투자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그는 가상인간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한국인들을 홍보모델로 쓰고 싶지만 비싸서 그러지 못하죠. 그만큼 동남아시아에서는 가상인간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요. 연말까지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 적극 진출해 가상인간 수출 시대를 열어야죠."

이 대표는 폼즈 창업 후 일요일에도 일하며 새벽 1시에 퇴근한다. "시장에 대한 확신만큼 경쟁자들이 치고 나갈 수 있어 고민이 많죠. 그래도 팔이피플 등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퍼즐을 푸는 것처럼 재밌어요. 시장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기쁨을 느껴요. 그게 곧 혁신이죠."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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