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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금리도, 집값도 오른다"?…기묘한 주택시장에 가계대출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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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가계대출 10조↑…주담대 14조 늘어 역대 최대치

커지는 '빚 폭탄' 경각심…한은 "정부 정책 조정해야"

뉴스1

(자료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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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높아진 금리에도 지난 2분기 가계대출이 10조원 넘게 급증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증가 이유로 '부동산 회복 기대감'을 꼽았는데, 이런 심리는 객관적인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집값 상승 심리가 확산함과 동시에 앞으로 금리가 오를 거라는 예측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집값은 하향 압력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론적으로는 공존하기 어려운 기대가 동시에 커진 기묘한 상황이다.

이에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 원인을 금리가 아닌 정부의 미시 정책 쪽으로 지목하면서, 이제는 정부 정책을 조정할 때라고 언급했다.

◇가계 빚 9.5조↑…원인은 '주담대 14조 급증'

23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 신용(빚) 잔액은 지난 3월 말 대비 9조5000억원 증가한 186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3.6조원)와 올해 1분기(-14.3조원) 빠르게 감소한 이후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카드사·백화점 등에서 외상으로 산 대금(판매신용)을 더한 금액이다. 가계가 짊어진 포괄적인 빚의 규모를 보여준다.

가계 빚 증가의 원인은 가계대출, 그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이었다. 한은은 주택 매매 거래가 반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가 확산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 늘었고 이에 따라 전체 가계대출과 가계신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잔액 1748.9조원)은 10조1000억원 늘면서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가 폭 또한 2021년 4분기(12.1조원) 이후 가장 컸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잔액 1031.2조원)이 14조1000억원 급증해 최대 잔액 기록을 또 경신했다. 증가 폭은 2021년 3분기(20.9조원) 이후 최대치에 달했다.

한은은 2021년 중순만 해도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1년 반에 걸쳐 3.5%까지 올린 뒤 올해 2월부터 4회 연속으로 동결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과도하다"고 일축하는 등 나름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신호를 보냈다.

이번 가계부채 증가는 이 같은 한은의 노력을 무색해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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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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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정부 정책 때문…금리는 美보다 더 올렸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4연속 금리 동결을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통화정책 외부 요소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에서는 금리가 더 오른다는 기대가 확산했음에도 오히려 주택 가격 기대 심리는 부푼 것으로 나타났다. 곧 있으면 금리가 싸질 걸로 예상해 굳이 지금 같은 고금리 시기에 대출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은이 지난 22일 공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8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한 달 전보다 5포인트(p) 오른 107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지금으로부터 1년 뒤 집값에 대한 소비자 판단을 0~200 사이 숫자로 표현한 지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값 상승론이 하락론보다 우세함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이달 집값 하락론보다 상승론에 보다 힘을 실어준 것이다.

동시에 금리수준전망 CSI(118)도 한 달 전보다 6p 올랐다. 이는 6개월 이후 금리 수준이 지금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보다 많았고(100 이상), 전월보다도 우세해졌다는 뜻이 된다(6p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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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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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의 근본 원인을 통화정책이 아닌 정부 정책 쪽으로 돌렸다.

이창용 총재는 전날 국회에서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 규제 완화 등이 부동산 연착륙을 이끌었으나 그 때문에 지난 몇달간 가계대출이 늘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이 연착륙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부동산 가격 더 안 떨어진다'는 심리가 퍼져 가계대출을 받으려는 유인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보다 결코 금리를 덜 올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지난 한 해 동안 한은이 기준금리를 3%p 올린 것은 미국이 정책금리를 5%p 올린 것보다 더 많이 올린 것"이라면서 "(절대적 금리 인상 폭보다)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이나 변동금리 조건부 대출비중 등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노력 무산될까"…조금씩 목소리 높이는 한은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 주범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지목한 채 은행 대출 심사가 허술하지는 않았는지 이제 막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한은은 정부와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는 정부의 미시 정책을 거둬들일 때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총재는 "이 속도로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앞으로는 문제가 된다"면서 "부동산 연착륙 기조가 자리를 잡아가기 때문에 매 주말 경제부총리가 주관하는 거시경제·금융당국 수장 회의에서 가계부채가 앞으로 더 늘지 않도록 여러 조치를 강력히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미시 정책을 환수하고 조정해 가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를 105%에서 100% 밑으로 떨어지게 하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역시 갈수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열린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가계부채도 다시 증가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간 정책 노력의 성과가 무산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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