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학교'를 위해 |
(서울=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 이후 교권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교권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교육부가 23일 발표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에 따르면 우선 각종 민원에 교사 개인이 대응하지 않고 학교와 교육청 같은 기관이 대응하는 체제로 바뀐다. 이를 위해 학교장 책임하에 교감과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로 민원 대응팀을 만들기로 했다. 그동안 학교장이 교육활동 침해로부터 교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별 학교 차원에서 다루기 어려운 민원은 교육지원청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통합 민원팀도 운영한다. 또 교사는 개인 휴대전화를 통한 학부모의 민원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일선 교사들이 나 홀로 각종 악성·과잉 민원에 시달려왔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수업에 방해가 되는 학생 등에 대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범죄와 구분하고, 교사를 조사·수사하기 전 교육청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도록 한 내용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학생이 조치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출석정지 이상의 처분을 가중하도록 하고, 학급교체·전학·퇴학 조치를 받은 교육활동 침해 사안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학생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됐다는 지적이 나온 학생인권조례도 자율적인 개정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달 교사 사망사건 이후 매주 분노한 수만 명의 교사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여러 차례 현장 교원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끝에 이날 내놓은 대책은 일선 교사들의 요구가 대거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원단체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날 대책에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신속한 입법과 부처 간 긴밀한 협의가 뒤따라야 한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주는 내용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 수사기관이 아동학대 조사에 앞서 교육청의 의견 청취를 의무화하는 내용은 법무부 소관의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사항이다. 무엇보다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학생부에 기재하기 위해서는 교원지위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여야 간 견해차가 큰 상황이다. 학생부 기재는 입시에 영향을 주는 만큼 교권 침해 예방 효과가 적잖지만, 야당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 갈등이 깊어져 소송만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방안으로 학생부 기재가 들어가 있는데, 교육활동 방해를 기록하지 않으면 형평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권 보호의 시급성을 고려해 여야가 합리적인 절충안을 신속히 만들어내야 한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합의된 일부 법안이라도 서둘러 처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공교육 정상화는 기대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교권 회복 대책이 학교 현장에서 하루빨리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은 세심한 후속 조처를 시행하고 국회에서는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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