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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훈풍 부는 日 증시, 엔저 지속땐 발목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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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지 거래소 그룹 CEO

석유 등 수입 비용 증가

제조업 실적 악화 원인

더딘 지배구조 개선도 악재

올해 일본 증시 훈풍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엔저(엔화 가치 하락)가 올 하반기 이후 증시의 발목을 잡는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의 경제 위기와 미국의 고금리 뉴노멀 등에도 닛케이 225 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3만2000선을 유지하고 있으나 엔저가 지속되면 기업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해 증시의 우상향도 막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경제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지수가 지난 6월13일 33년 만에 종가 기준 3만3000선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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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본 거래소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야마지 히로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은행이 장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미·일 간 금리 격차가 벌어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문제는 엔저가 석유 등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의 비용상승을 이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엔저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는 완성차 기업 등 세계 각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제조업계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일본이 엔저에 따른 수출 호황을 누릴 수 있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지를 대거 해외로 이전한 상황에서는 예전과 같은 이익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해부터 고강도 긴축에 들어간 미국이 고금리를 예상보다 오래 이어갈 것이라는 경계감이 확산하면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의 채권금리는 지난 21일 4.35%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엔화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야마지 CEO는 상장사들의 낮은 시장가치와 지배구조 개선에 진척이 없다는 점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3월 장부가액 이하로 주가가 거래되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의 46%는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밑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신규 투자보다 이익 쌓기에 몰두한 결과, 높은 이익잉여금으로 인해 자산만 늘어 PBR이 낮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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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한 주주 친화 정책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미즈호 증권은 지난 7월 상장사들이 제출한 지배구조 보고서에도 주주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사안에 대해 개선책을 명시한 기업이 없는 상황이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증시는 올 1월 2만5000~2만7000선을 그리며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 4월말 부터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1990년 버블경제 붕괴 이후 33년 만에 3만3000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엔저 현상으로 해외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다수 수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결과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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