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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25명 인원제한 '꼼수 선거법' "쪼개기 모임땐 100명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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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지역 유지나 현역 국회의원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직·금권 선거가 부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이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임을 허용하면서 애매하고 모호한 '인원수' 기준을 뒀기 때문이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제103조의 3항은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또는 참가 인원이 25명을 초과하는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참가 인원이 25명을 넘지 않는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은 개최를 허용한 것이다. 기존 선거법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상당수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조직을 동원한 금권선거가 판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인 출신 한 여당 의원은 "식당 한 곳에 25명씩 네 팀을 예약하고 지역 조직을 동원해 주민들을 끌어모으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며 "후보자가 시간대별로 식당을 돌아가면서 인사하면 100명에게 인사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법문에 '25명'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기 때문에 조직만 받쳐 준다면 쪼개기 모임으로 하루에도 수백 명에게 어필할 수 있다"며 "비용을 건너 건너 후보자 쪽에서 대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지역에 가면 '내 사람'으로 알려진 지역 유력가들이 있다"며 "그 사람들이 매일 25명씩 모아놓고 밥을 사준다고 생각해보라. 선거 얘기 안 한다고 해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사주는 밥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조직이 강한 현역 의원이나 돈 많은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법 개정은 수사기관의 선거법 수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선거수사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해당 조항과 관련해) 과거엔 모임 자체가 불법이어서 위법성 여부가 명확했지만, 이제는 모임 인원을 정확히 따져야 하고, 25명이 모여 있다 1~2명이 합류한 경우 등 애매한 경우가 많아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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