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 [AFP = 연합뉴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의 중국 주식 매도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부동산업계를 넘어 금융권으로까지 번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주식시장 방어를 위해 자국 금융권 인사들에게 주식 매수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비관론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25일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에 따르면 이달 1∼24일 선강퉁·후강퉁 등을 통한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본토 A주 순매도액은 716억 위안(약 13조원)을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2014년 11월 후강퉁 도입 이후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중국 A주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본토에 기반을 둔 회사의 주식 종목을 가리킨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3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통해 중국 본토 시장에서 107억 달러(약 14조2000억원)를 빼갔다. 이같은 매도 행진은 2016년 12월 블룸버그가 집계를 시작한 뒤 최장기간이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기록적인 매도세 너머에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24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 이후 이렇다할 부양책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7월 경제지표 부진 속에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발 부동산업계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 역시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점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필사적으로 주가 방어를 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내놓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이날 대형은행·보험사 등 금융업계 임원들과 좌담회를 갖고 이들 기업의 경영진들에게 주식 투자를 늘리도록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주식시장 안정을 돕겠다고 밝혔다는 게 증감회 설명이다.

부동산 침체를 막기위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 완화 조치도 이날 발표됐다. 중국은 주담대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전액을 상환했다해도 주요 도시에서 생애 첫 주택 구입자 자격을 박탈해왔다. 이같은 자격이 박탈되면 주택 구입 시 더 높은 계약금 요건 및 제한적인 대출 한도를 적용받게 돼 주택수요가 위축된다는 맹점이 있었다. 중국 당국은 이같은 규제를 폐지할 수 있는 재량권을 지방 정부에 줄 것을 제안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같은 조치들은 중국이 최근 연이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취해온 조처들의 연장선이다. 중국은 최근 주식 덤핑을 피하도록 유도하고 기업에 자사주 매입을 강화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또 증감회는 지난 18일 주식거래세 인하를 골자로 하는 증시 부양책을 발표했고,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A주 거래시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증감회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중국 주가는 반등세를 보이진 못했다. 이날 한국시간 오후 3시 30분 기준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0.76%), CSI 300 지수(-0.58%)는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1.11%),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1.0%)도 내림세를 보였다.

블룸버그는 “지금껏 당국은 유사한 회의를 가져왔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라며 “당국이 시장 안정을 촉구한 이후에도 증시가 하락한 것은 투자자들의 비관론이 고착화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한편 핑사하이 증감회 부회장은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홍콩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들과 회의를 주최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같은 소식은 증감회가 중국 금융계 인사들에게 주식 매수를 촉구하라고 요구한 지 단 하루만에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는 “피델리티 인터내셔널과 골드만삭스 그룹이 초청 대상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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