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희귀성이 인정돼 위스키 투자 지표를 볼 수 있는 레어위스키101(Rare whisky 101)에서도 따로 지수를 관리한다. 더불어 발베니 특유의 후미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텍스처(질감) 등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브랜드다. 그래서 발베니를 판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오픈런도 자주 일어난다. 그런 그들이 전통과 수제를 최고로 여기는 만큼 한국의 수많은 장인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발베니 메이커스’라는 캠페인으로 시간과 열정을 다하는 예술가와 장인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 손길이 닿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알려주고, 동시에 동서양의 조화로 탄생하는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시간이 투여된 숙성’이라는 점에서 위스키와 국악의 공통점을 가진다. 사진은 발베니 코리나 유튜브 채널에 올라간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 해금 편. 뮤지션 하림과 해금 장인 조준석 명인, 윤주희 연주가 등이 협업해 연주를 들려준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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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진행되는 해당 캠페인의 주제는 바로 ‘한국의 국악’ 그중에서도 ‘국악기’다. 뮤지션 하림을 중심으로 한 이번 캠페인에는 사라진 악기를 복원하는 송훈씨를 비롯해 장구 장인인 김진곤 명인, 해금 장인인 조준석 명인 등이 등장하고 그것에 걸맞은 최고 아티스트들이 연주를 들려준다. 특히 해금편에는 스코틀랜드 민요이자 사이먼 앤드 가펑클이 편곡한 곡으로 유명한 ‘스카보로 페어(Scarborough fair)’를 연주하는 등 복합적 문화의 조합과 구성을 통해 국가와 민족으로 구분된 모습이 아닌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인류라는 하나의 동질감을 느끼고자 연출했다.
그렇다면 국악과 위스키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단순히 전통이라는 것으로만 연결돼 있을까. 이 해답에 대해서는 이번 발베니 메이커스 음악감독을 맡은 모던한(韓)의 조인선 대표가 답을 해주었다. 그건 바로 ‘시간이 투여된 숙성’이라는 것이다. 고급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12년 이상 숙성하는 경우가 많다. 숙성을 오래 하면 할수록 알코올의 날카로운 맛은 뭉글해지며 오크통 속의 바닐라와 초콜릿, 견과류 등의 맛이 더욱 느껴진다. 마치 물을 넣지 않고 여러 번 끓인 한우 사골처럼 맛이 진하고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한국 악기는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지는데 이 나무라는 물체에 사람의 손길로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수백년을 통해 숙성이 이뤄진다. 그리고 그 숙성을 통해 시간의 선율이 느껴지는 음율이 전해진다. 발베니가 착목한 것이 바로 이러한 시간과 숙성이라는 것. 그래서 국악과 협업을 제안했고, 그렇게 이뤄진 것이 발베니 메이커스 국악편이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
아쉬운 것은 이러한 국악의 가치를 외국의 위스키 기업이 미리 발견했다는 것. 우리 스스로는 여전히 국악의 가치를 잘 느끼고 있지만, 한편으론 느끼려고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 것 아닌가 싶다.
국악이 선택받는 위치가 아닌 선택하는 위치로 올라가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의 국악과 협업했다는 이유로 전 세계에 대서특필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한류의 발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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