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폐암 치료 환경은 최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3세대 표적항암제 오시머티닙의 암질환심의위원회 통과와 국산 3세대 표적항암제 신약의 1차 치료 허가 등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소식이 기다려지는 때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는 의료진으로서 기대감이 생기는 동시에 씁쓸하다. 오시머티닙 1차 치료는 글로벌 표준 치료로 이미 의료 선진국에서는 급여로 환자들에게 널리 쓰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수년째 급여를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오시머티닙 1차 치료는 임상시험을 통해 EGFR 표적항암제 중 유일하게 3년 이상의 전체 생존 기간을 확인했다. 또
1세대 표적항암제 대비 연장된 생존 기간 혜택, 뇌전이 치료 효과를 입증해 2018년 국내 허가됐다. 그러나 정작 환자들은 허가 5년이 돼가도록 ‘급여’ 장벽에 막혀 치료를 받을 수 없다. 한 달에 수백만원인 항암제를 비급여로 복용할 수 있는 환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최근 국산 신약이 급여 전까지 약제비 전액을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혀 신규 환자에게는 화제가 됐다. 하지만 약제를 바꿀 수도 없는 기존의 오시머티닙 1차 치료 환자들은 목 끝까지 차오른 경제적 고통에 더해 이제는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고 있다. 기존 환자가 잘못한 것은 없다. 오시머티닙 급여 확대만을 기다렸을 뿐이다. 특히 5만 명의 국민동의청원 후 이뤄진 암질환심의위원회 통과에 급여 확대의 희망이 커졌던 만큼 기약 없이 지연되는 급여 논의에 환자들은 다시 더 깊은 절망에 빠지고 있다.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도대체 언제 오시머티닙 1차 치료 급여가 이뤄질지 의료진에게 끊임없이 문의하고 급여 확대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럴 때마다 이를 지켜봐야만 하는 의료진의 입장도 참으로 속상하고 답답하다.
문제는 또 있다. 오시머티닙 1차 치료의 비급여는 한국 환자들이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세계적인 폐암 치료 동향에 뒤처지게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글로벌 표준 치료인 오시머티닙 1차 치료를 기본 전제로 내성 발생 후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기본적인 전제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한국 환자들은 이 연구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이후 신약에 대한 한국 환자의 접근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 새로운 약제의 임상적 혜택도 제한된다. 치료제의 비급여에 대해 단순히 현재의 치료제 접근성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후에 가져올 불평등을 고려해 빠른 급여 논의가 필요하단 얘기다.
더는 기존의 폐암 환자가 건강보다 치료비 걱정을 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전 세계 치료 동향에 뒤처지지 않도록 오시머티닙의 빠른 급여 확대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정부와 제약사가 조속한 급여 논의를 통해 한국 폐암 환자들도 ‘의료 선진국’에 걸맞은 치료를 조속히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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