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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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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있는데도… MZ세대가 '디카' 픽한 웃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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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반등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소비시장의 '큰손'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쟁제품인 스마트폰이 손에 들려 있는데도 이들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를 택한 건 이례적인 일에 분명합니다.

# 미디어나 기업들은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를 픽한 이유를 '복고 감성'에서 찾습니다. 복고 트렌드에 심취해 있는 MZ세대가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한 디지털카메라에 이끌렸다는 겁니다.

그런데 MZ세대가 값비싼 디카에 꽂힌 게 정말 그것 때문일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MZ세대의 소비성향을 다시 분석해 봤습니다. 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MZ는 '왜 디카를 픽했나' 첫번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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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를 선호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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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이 워낙 좋아졌기 때문일 겁니다.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는 것보단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촬영하는 게 간편하니까요. 찍은 사진을 앱으로 보정하거나 SNS에 곧바로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카메라엔 없는 스마트폰만의 장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카메라 산업은 급속도로 하향세를 탔습니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의 통계를 보시죠. 1999년 509만대에 그쳤던 글로벌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면서 2005년 6476만대, 2010년 1억2146만대로 가파르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카메라의 출하량은 급격히 줄었습니다. 2011년 1억1550만대로 주춤하더니, 이듬해인 2012년엔 9810만대로 1억대를 밑돌았습니다. 이후 출하량은 계속 줄어들어 2020년엔 889만대까지 떨어졌습니다. 10년 새 시장 규모가 10분의 1로 쪼그라든 셈입니다.

그렇게 사진작가나 일부 마니아만 찾는 제품으로 전락하는 듯했던 디지털카메라가 최근 '반전'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반전의 기점은 2021년입니다. CIPA에 따르면 2021년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836만대로 2020년(889만대)보다 소폭 줄었습니다만, 출하 금액으로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4889억3332만엔(4조8903억원)으로 전년보다 16.4%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출하 금액이 증가세를 기록한 건 출하량이 약간 늘었던 2017년 이후 4년 만입니다.

업계에선 코로나19가 수그러들기 시작한 게 카메라 출하량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세계 각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여행 수요가 늘었고, 여행지에서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소비자 심리 덕분에 스마트폰보다 화질이 뛰어난 디지털카메라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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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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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반짝 인기'에 그칠 줄 알았던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MARC그룹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2022년 75억 달러(9조9165억원)인 디지털카메라 시장 규모가 연평균 4.27%씩 성장해 2028년엔 97억 달러(12조8253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막을 내릴 줄 알았던 디지털카메라가 부활을 예고한 셈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카메라 업계에선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통계도 있습니다. 후지필름 코리아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연도별 회원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보시죠.

2018년 카메라의 정품 등록 절차를 밟은 회원 중 20~30대가 전체의 51.0%를 차지해 처음으로 40~50대(44.0%)를 추월했습니다. 이후 비중이 계속 늘어 지난해엔 69.0 %까지 커졌죠. 특히 20대 소비자가 큰폭으로 늘었습니다.

2011년엔 전체 구매자의 1%대에 불과했지만, 11년이 흐른 지난해엔 30.0%까지 치솟았습니다. 30대도 같은 기간 20.0%에서 39.0%로 증가했죠.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20~30대가 주축을 이루는 MZ세대가 지탱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카메라 대여 업계에서도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를 선호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서울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카메라 렌털업체 에스알렌트엔 저녁 8시만 되면 카메라를 반납하러 온 젊은이들로 붐빕니다.

에스알렌트 직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젊은 손님들이 꽤 많이 늘었어요. 얘기를 들어보면 여행에 가져가거나 연예인 공연 때 촬영할 목적으로 빌리더라고요. 재밌는 건 젊은 손님들 중 상당수가 간단한 조작법조차 모른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조작법을 설명하느라 대기열이 밀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에 꽃힌 이유는 뭘까요? 국내 미디어들은 앞다퉈 MZ세대 사이에서 '레트로(복고) 트렌드'가 불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200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디지털카메라의 아날로그 감성에 MZ세대가 끌리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전통 한과인 '약과'나 전통시장 등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타당한 분석입니다.

실제로 SNS에서 디지털카메라의 '복고 감성'을 즐기는 이용자는 적지 않습니다. 10~ 20대 사용자가 대다수인 SNS 플랫폼 틱톡에선 최근 #digitalcamera란 해시태그의 조회수가 2억회를 돌파했습니다. 이 태그를 단 동영상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지금은 단종돼 판매되지 않는 구형 디지털카메라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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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에 빠진 게 ‘복고 감성’ 떄문이란 분석이 많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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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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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내용도 카메라 기능보다는 겉모습과 렌즈의 줌 기능을 찍은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해당 영상들의 조회수가 적게는 140만회에서 많게는 220만회에 달합니다. 동영상 댓글에도 '2000년대 카메라 스타일이 좋다' '스마트폰보다 예쁘다' 등 카메라 외관을 칭찬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필름을 쓰는 일회용 카메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MZ세대가 얼마나 복고 감성을 좋아하는지 설명해 줍니다. 시장조사업체 JC마켓워치에 따르면 일회용 카메라 시장은 2021년 8억3800만 달러(1조968억원)에서 2030년 12억3400만 달러(1조6307억원)로 연평균 6.8%씩 성장할 전망입니다.

디지털카메라 수요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구식 카메라'인 일회용 카메라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으니, '소비자들이 카메라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찾기 시작했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를 찾는 게 정말 '복고 감성' 때문만일까요? 값비싼 카메라를 '감성' 때문에 덥석 산다는 게 쉽게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어쩌면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를 선호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할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이 이야기는 MZ와 디지털 카메라, 두번째 편에서 이어가 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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