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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성폭력 난무' 남극 기지…환경 오염도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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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케이시연구소 주변 환경 조사 결과

오래된 기지들 주변 중금속-탄화수소 오염 극심

세계 각국이 남극 탐사ㆍ자연 보호를 목적으로 설치한 기지들이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남극 기지에서 성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진 데 이어 또 다른 치부가 드러난 셈이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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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기후변화부 소속 호주남극연구소는 지난 8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흔히들 남극 하면 사람이 거주하지 않아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곳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항구의 바닷속만큼이나 오염됐다는 것이다. 또 남극에 설치된 다른 오래된 연구소들도 똑같은 상황일 것 같다는 분석도 내놨다.

연구팀은 호주 남극연구소가 설치한 남극 동부 윈드밀섬의 케이시 연구소 앞바다에서 1997년부터 2015년까지 해양 오염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케이시 연구소 앞바다에서 연료의 주성분인 고농도의 탄화수소를 대량 발견했다. 납, 구리, 아연 등의 중금속의 함량도 높았다. 또 2001년 국제 협약에 의해 금지되기 전까지 흔히 사용되던 발암성 화학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olychlorinated biphenyls)도 대부분의 샘플에서 검출됐다.

연구팀은 특히 측정 결과를 지난 20년간 조사된 세계 주요 항구의 오염 수치와 비교한 결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납, 구리, 아연 등 중금속 수치가 몇몇 샘플에선 시드니, 리우데자네이루 등 오염이 심한 항구와 비슷한 수준일 정도로 높았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오염이 케이시 연구소 주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뉴질랜드도 크라이스트처치에 위치한 스콧 기지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토양과 바닷속에서 과거에 유출된 연료와 쓰레기로 인한 대규모 오염 실태를 확인했다. 최근 들어 남극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빙하ㆍ동토가 녹으면서 이같은 오염들이 노출되고 대기 중으로 발산하거나 바다ㆍ지하로 스며들어 더욱더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오염은 과거에는 당연시됐다. 쓰레기가 발생하면 기지에서 가까운 곳에 그냥 버리는 게 관행이었다. 1991년에야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남극 조약에 환경 보호 조항(마드리드 의정서)이 채택됐다. 남극의 자연을 보호하고 평화적ㆍ과학적으로만 활용하자는 내용이었다. 또 남극에 기지를 설치하는 국가들은 환경에 끼칠 영향을 반드시 감안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현재 설치된 각국의 남극 연구시설들의 대부분(3분의2)은 이 조약이 체결되기 전에 설치돼 오염 방지 시설ㆍ장비 등을 거의 갖추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들어 남극에 인간이 거주하는 연구소나 국가 시설 등이 증가하고 있어 환경 파괴가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런 건물들의 대부분은 빙하가 아닌 육지 위에 지어져 있는데, 야생 동물의 입장에선 인간들에게 안정적인 서식지를 뺏기고 쫓겨나고 있는 셈이다. 남극에서 육지의 넓이는 전체의 1%도 채 안 되지만 펭귄ㆍ물개 등이 모여 사는 등 다양한 동식물의 보금자리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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