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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국제유가 흐름

“방향성 비슷하댔는데”… 치솟는 국제유가에도 빌빌대는 韓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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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거침없이 오르는데, 코스피 지수는 좀처럼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해 눈길을 끈다. 그간 코스피와 유가 움직임은 연관성을 보일 때가 많았다. 한쪽이 오르면 다른 쪽도 오르는 식으로 말이다. 글로벌 경기가 호황이면 원유 수요가 늘고 우리나라 수출도 좋아져서 생긴 현상이다.

그러나 현재 유가 상승의 배경에는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이 있다. 경기 반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아닌 만큼 코스피와 연관성만 따져 투자 베팅을 해선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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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산유국의 감산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다.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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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코스피 지수와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의 월평균 상관계수는 0.40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보면 1월 0.55였던 상관계수는 5월 0.17까지 떨어졌다가 6월 0.20, 7월 0.53, 8월 0.57 등으로 반등했다. 최근 3개월 추세만 보면 코스피와 유가의 연관성이 연말을 향할수록 깊어지는 셈이다.

월평균 코스피 지수는 지난 5월 2522.44에서 8월 2560.3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71.60달러에서 81.44달러로 올랐다. 점점 깊어지는 둘의 연관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코스피와 유가는 계속해서 동반 상승하거나, 반대로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올 법했다.

그런데 9월 현재 코스피 지수와 국제유가는 이런 해석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10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날보다 1.14달러(1.3%) 상승한 배럴당 86.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최고치다. 시장에선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7일 오후 13시 30분 현재 전장 대비 0.7% 가까이 추락하며 2550선을 내줬다. 상관계수를 고려하면 코스피 지수도 국제유가와 함께 쭉쭉 뻗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8월 평균(2560.37)에도 못 미치는 박스권 장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들어 유가증권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4865억원으로 전월 대비 22%가량 급감했다. 그만큼 투자 심리는 얼어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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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0.7% 넘게 하락한 9월 6일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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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국 증시와 국제유가는 높은 인과관계를 보였다. 유가가 오르면 코스피 지수도 오르고, 반대로 코스피 지수가 내릴 땐 유가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 많았다. 둘의 연관성이 높은 이유는 한국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커서다. 글로벌 경제가 좋으면 원유 수요가 늘어 유가도 오른다. 동시에 세계 경제 호황은 우리 수출 실적을 개선하고, 이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의 유가 상승세가 경기 반등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5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 수출 감축을 올해 말까지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좋을 때 유가가 오르면 당연히 코스피와 상관계수도 개선되겠지만 현재는 그런 흐름이 아니다”라며 “고(高)유가가 물가를 다시 자극해 각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모양새”라고 했다. 황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꼭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 만큼 (상관계수에 의존해) 투자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와 국제유가가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 연도도 꽤 많았다. 2000년 이후 연평균 상관계수를 보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연속 마이너스였다. 2006년(-0.40), 2013년(-0.30), 2021년(-0.10) 등에도 한국 증시와 유가는 서로 다른 방향을 봤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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