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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母 코앞서 딸 살해한 스토킹 男…첫 공판 앞두고 3일마다 반성문 제출 ‘뻔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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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스토킹 범죄로 사망한 피해 여성의 유족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자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면서까지 호소했다.


옛 연인의 집을 찾아가 무참히 살해하고, 이를 말리던 모친까지 다치게 한 남성이 첫 재판을 앞두고 수일 간격으로 반성문을 제출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12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살인과 스토킹범죄처벌법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이 기소 2주 만인 지난달 25일 첫 반성문을 작성, 3∼4일 간격으로 현재까지 다섯 차례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한 법조인은 가해자가 19일 첫 공판을 앞두고 형량을 줄이기 위한 목적 같다는 의견을 냈다.

유족 측은 스토킹 범죄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자 이름과 일부 모자이크 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호소 글을 적었다.

세계일보

스토킹 범죄로 숨진 피해 여성의 유족이 사망 전 피해자가 가해 남성에게 팔에 피멍이 들 정도로 폭행을 당한 사진을 공개했다.


세계일보

사건 당시 집 앞에서 흉기에 찔린 피해 여성이 ‘살려달라’ 외쳤고 이를 듣고 바로 뛰쳐나간 모친 역시 가해자를 말리다 칼에 다쳤다. 이상 네이트판 캡처


글은 8일 네이트판에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유족 측은 “7월17일 오전 6시경 제 동생 이은총이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 가해자는 동생의 헤어진 전 남자친구로 우연히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동생 소개로 같은 직장에도 다녔다”고 밝혔다.

만남 당시 “동생은 한 차례 결혼 실패 경험이 있었고 (6살 딸도 있어) 우선 연애만을 원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해자는 결혼하고 싶다고 졸라대며 집착했다. 이 때문에 다툼이 많아져 동생은 헤어짐을 결심했는데 그때가 (스토킹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남성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피해자를 괴롭혔고 메신저 프로필 사진과 SNS에 연애 당시 사진을 올리며 직장 동료들에게 관계를 폭로했다. 팔에 시커먼 멍이 들 만큼 폭행하기도 했다. 이에 피해자는 지난 5월18일 스토킹 신고를 했다.

가해 남성은 집착을 멈추지 않았고 직장 동료들까지 나섰는데도 듣지 않았다. 여성의 차를 뒤쫓고 집 앞에서 내내 쳐다봤다. 피해자는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하고 스마트워치를 차야 했다.

유족 측은 “(7월17일 오전 6시경) 회사에 출근하려고 집을 나선 동생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해자의 칼에 찔렸고 ‘살려달라’는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간 엄마 역시 가해자를 말리다 칼에 다쳤다”면서 “집에서 손녀가 나오려하자 이를 막던 사이 가해자의 칼에 찔린 동생은 엘리베이터 앞이 흥건할 정도로 피를 흘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앞서 “수차례 스토킹 위협을 받던 동생은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는데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6월29일 경찰이 집에 찾아와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치를 반납해 달라고 요청해 결국 반납했다”고 밝혔다.

또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후 알게 된 사실은 7월13일부터 사건이 있던 17일까지 가해자는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채 집 앞에서 동생을 내내 보고 있었다”면서 “동생은 (사건 직전) 한 달이 넘도록 (가해자를) 자극할까봐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동생이 죽은 7월에서야 스토킹 범죄가 ‘반의사불벌죄’가 됐지만 접근금지명령도 형식에 불과하고 스마트워치는 재고가 부족한 데다 심지어 사고가 일어나야만 쓸모가 있다더라. 모든 상황이 끝나고 경찰이 출동한다고 하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죽은 동생 휴대폰에는 스토킹 관련 검색기록이 가득했다. 얼마나 두려워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엄마는 가해자를 말리며 생겼던 상처자국을 보며 동생 생각이 난다면서 매일 슬픔에 허덕이고 있다. 동생의 6살 딸은 엄마 없이 세상을 살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글 말미에 “스토킹 범죄 관련해 많은 피해자가 안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 링크를 공유했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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