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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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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국민의 기업] [기고] 건강한 삶을 위한 ‘리틀 포레스트’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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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 원장


시끄럽고 정신없던 서울에서 고시생 생활을 견디지 못하던 혜원(김태리 분)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시골 마을로 돌아간다. 이유는 바로 ‘배가 고파서’였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자연에서 우러난 재료의 진한 국물맛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그런 영화다. 그녀는 시골에 돌아오자마자 마당의 텃밭에서 배추 한 포기를 썰어 배추된장국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을 차례로 지내며 계절에 알맞은 재료를 찾아 식탁을 꾸린다.

로컬푸드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한다. 흔히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일컫기도 한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푸드 마일리지가 적은 식품이라 할 수 있다. 푸드 마일리지는 농·축·수산물이 생산된 이후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다. 1991년 영국의 소비자 운동가이자 런던시티대학교 교수인 팀 랭에 의해 창안됐다.

갓 수확한 재료에서부터 음식이 만들어져 우리 식탁 위로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에너지의 손실과 낭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수확 후 관리 과정에서는 운송 중 어류의 사멸, 과채류의 농익음, 미생물에 의한 부패와 변질이 일어나며, 가공 포장 과정에서는 폐기되거나 제거되는 부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유통 판매 과정에서는 취급 부주의에 의한 부패와 변질, 파손 등은 물론,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폐기가 일어나고, 최종 소비과정에서는 각 가정에서 저장 중 부패 및 변질하거나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가 생겨나는 걸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막대한 에너지가 아무렇지 않게 낭비되고 있는 거겠다.

현재 전 세계는 환경 문제는 물론, 식량 전쟁이라 불릴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 소비 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 인구 증가와 곡물 재고량 급감, 중산층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우유와 육류 등 동물성 식품의 수요 폭등, 그리고 저개발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선진국 식량 소비를 충족하는 데 소비되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는 우리 식탁 자체를 단지 맛으로만 평가할 게 아니라 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올바른 식생활 문화가 들어서야 할 때다.

필자가 회사의 구내식당에 문의해 본 결과, 오늘 식단 중 불고기는 호주산이었고, 참치는 베트남산, 오징어는 페루산이었다. 이를 마일리지로 환산하니 약 2만7000㎞의 거리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를 200㎞ 이내로 줄여 우리 식탁 마일리지를 건강하게 개선하는 운동을 시작했으면 한다. 로컬푸드의 긍정적인 효과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 거리가 짧아 더 신선하고 맛이 좋으며, 지역 내 자급자족을 통해 지역 경제 또한 활성화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푸드 마일리지를 낮추면 농산물이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과 이산화탄소, 연료 등의 자원 소모를 함께 줄일 수 있다.

가수 배일호의 ‘신토불이’ 노래 가사를 보면, ‘쌀이야 보리야 콩이야 팥이야, 우리 몸엔 우리 건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라는 말이 나온다. 영화 속 혜원은 겨울에는 눈밭 속에서 뽑아낸 배추로 만든 배춧국과 팥설기를, 봄에는 꽃을 곁들인 파스타를, 여름에는 크림브륄레와 떡볶이를, 그리고 가을에는 밤조림을 만들어 먹는다. 이 모든 음식은 분명 도심 속 어딘가에서 누구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적어도 그 재료만큼은 계절 따라 변하는 따뜻한 햇볕과 차가운 이슬, 시원한 바람과 촉촉한 눈과 비를 맞으며 탄생하는 거였다. 모든 사람이 그녀처럼 시골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생활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식탁에서만이라도 자연과 함께하는 식생활로 푸드 마일리지를 줄일 수 있다면, 자연과 환경, 이 지구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우리 생활 또한 건강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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