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환자들은 흔히 척추로 전이돼 심각한 고통을 겪다가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다. 아직 왜 그런지는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최근 일군의 과학자들이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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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소재 웨일 코넬 병원 연구팀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암세포가 척추에 전이되는 증상은 유방암, 폐암, 전립선암, 신장암 등에서 자주 나타난다. 하지만 그동안 그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1940년대에 기침 등 신체에 가해지는 강력한 충격이 혈액을 순간적으로 역전시켜 암세포들을 척추로 흘러 들어가게 만든다는 이론이 제안된 적은 있다.

연구팀은 척추동물에만 존재하는 척추가 다른 뼈와 달리 일부 단백질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있어 특화된 메커니즘을 통해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에 연구팀은 생쥐의 척추뼈ㆍ허벅지뼈에서 각각 줄기세포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두 줄기세포가 각각 현저히 다른 유전자 세트를 발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척추 줄기세포를 생쥐의 근육에 주사해 관찰하니 해당 줄기세포가 근육이 아닌 척추 세포와 유사한 세포로 분열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해당 줄기세포가 다른 뼈들을 형성하는 것과 다른 특성을 지닌 '척추 골격 줄기세포(vSSCs)'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인체의 모든 뼈들은 동일한 조직, 즉 같은 줄기세포에서 형성됐을 것이라고 믿어 왔던 것을 깨는 새로운 발견이다. 뼈에 따라 발현되는 줄기세포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이같은 새로운 유형의 줄기세포가 여태까지 규명되지 않은 암 전이의 패턴을 설명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척추 골격 줄기세포에서 분비되는 'MFGE8' 단백질을 주목했다. 생쥐 실험에서 해당 단백질을 제거했더니 암세포가 척추로 전이되는 확률이 3분의2나 줄어든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에 척추 수술을 받는 사람으로부터 척추 골격 줄기세포를 추출해 분석해 봤다. 역시 척추 골격 줄기세포가 MFGE8 단백질을 분비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암세포와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노 노리아키 텍사스대 교수는 "단백질 하나가 모든 것을 일으킨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MFGE8 단백질이 암의 척추 전이를 일으키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척추가 다른 뼈들과 다른 특유의 골격 형성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암 전이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정형외과적 치료법의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척추측만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시도되는 척추뼈 융합술은 종종 원인 미상의 이유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미국 뉴욕 소재 특수 외과 병원 슬라비쉬트 라이어 척수 전문의는 "척추 골격 줄기세포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척추뼈 융합술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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